박희병·정길수 교수 역주본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 기혼 남녀의 불륜을 소재로 삼은 한문소설 '절화기담'(折花奇談)과 '포의교집'(布衣交集)을 새롭게 번역한 책이 나왔다.
박희병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정길수 조선대 한문학과 교수가 함께 역주한 '절화기담, 순매 이야기'와 '포의교집, 초옥 이야기'다.
12일 돌베개 출판사에 따르면 두 소설은 애정 전기(傳奇)의 형식을 계승한 작품으로, 새로운 번역서는 정확하고 치밀한 번역문과 원문을 수록했다.
박 교수는 포의교집 서문에서 "이 작품에는 특이하게도 본문에 협주(夾註·작은 글자로 단 주석)가, 상단 난외(欄外)에 두주(頭註)가 있다"며 "협주처럼 적었으나 맥락상 주가 아니라 본문의 일부로 보아야 할 곳이 여럿 있고 오자가 많아 원전 비평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나온 번역서는 비평 작업을 거치지 않아 작품의 의미 파악에 차질이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본(定本)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석천주인(石泉主人)이 1809년에 창작한 절화기담과 정공보가 1866년 무렵 지은 포의교집은 모두 여자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췄고 남자 주인공이 선비 이생(李生)이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난다.
일본 도쿄 도요분코(東洋文庫)에 유일본이 전하는 절화기담은 1792년 가을부터 1794년 초여름까지 서울을 무대로 한다.
스무 살 선비 이생은 이웃 벌열(閥閱) 이 씨 집 우물에서 방 씨 집 여종인 열일곱 살 절세가인 순매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밀회 이후 약속과 어긋남을 반복하다 결국 재회하지 못한다.
포의교집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필사본이 유일본이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 준비에 관한 서사와 병인양요로 추정되는 서술을 통해 창작 시기가 1866년 이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도 남자 주인공 이생은 변변찮은 한량이다. 여자 주인공 초옥은 시녀 출신으로 하인의 아내이지만, 성격이 도도한 미인이고 시를 짓는 재주와 학식을 갖췄다.
초옥은 남편이 이생과의 불륜을 알아차린 뒤에도 태연한 자세로 일관하며 사랑을 지킨다. 그는 순매와 비교했을 때 대담하고 파격적이며 사랑에 주체적이다.
정 교수는 "불륜을 애정 소설의 새로운 제재로 편입한 점이 두 작품의 공통 특징"이라면서도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인상적 캐릭터를 창조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애정 문제를 제기한 점은 포의교집의 창안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절화기담 170쪽, 1만원. 포의교집 21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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