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존중 결여 드러내"…"조국의 적" 맹비난
"배후는 야당" 주장…주최측 "여성집회를 선거에 이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오는 31일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키 대통령이 '여성의 날' 집회를 종교적으로 맹비난하며 지지층 결집 소재로 삼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남동부 학카리주(州) 지방선거 유세 행사에서 '세계 여성의 날' 집회가 반(反)이슬람적이라고 비난했다고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국의 적, 기도시간의 적, 국토의 적, 국가의 적에 맞서는 것이 우리의 명예"라면서 "여성의 날 시위대는 우리의 국기와 우리 기도를 무시함으로써 우리의 독립과 미래를 직접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잔(이슬람사원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야유를 보내는 무리의 뒤에는 CHP(공화인민당)와 HDP(인민민주당)가 있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CHP는 터키의 제1 야당이며 HDP는 쿠르드계 등 소수계층을 대변하는 야당이다.
이달 8일 이스탄불 명소 탁심에서 열린 여성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려 퍼지는 중에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일부 참가자가 아잔이 울려 퍼지자 야유를 보냈다는 주장도 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루 전 10일 남부 아다나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여성의 날 집회와 야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그는 아다나 집회에서 "CHP와 HDP 주도로 탁심에 나온 무리들은 여성의 날을 내세워 모여 아잔이 나오는 동안 휘파람을 불고 구호를 외치며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주최 측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여성의 날 행사를 선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요 선거 때마다 이슬람을 지지하고 세속주의와 서방을 비난하는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소속 정당 '정의개발당'(AKP)의 지지기반은 서민과 보수 무슬림이다.
AKP의 종교적 보수화 정책은 선거 국면마다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는 것이 터키 정치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터키 당국은 예년과 달리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집회를 시작 직전에야 불허한다고 통보하고, 바리케이드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행진을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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