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에서 저년차 실력파 선수들이 연봉에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투수 블레이크 스넬(탬파베이 레이스)을 필두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간판타자 알렉스 브레그먼, 뉴욕 양키스 쌍포 중 한 명인 에런 저지 등 지난 몇 년 사이 빅리그의 새 얼굴로 자리매김한 스타들이 성적에 걸맞지 않은 연봉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스넬의 2019년 연봉은 지난해 55만8천200달러에서 불과 1만5천500달러 오른 57만3천700달러(약 6억4천885만원)다.
작년에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고작 우리 돈으로 1천753만원 더 받았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 지난해 54만5천달러에서 올해 55만5천달러로 1만 달러 오른 점에 비춰보면, 스넬은 연봉 고과에서 거의 이득을 못 본 것이나 다름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노사합의에 따라 선수들은 풀타임 메이저리그 3년 차까진 큰돈을 손에 쥐지 못한다. 그때까진 순전히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는 풀타임 4년 차부터 연봉은 크게 상승한다.
구단은 풀타임 6년 차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에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팀에 붙잡아두기도 한다. FA가 되면 평생 못 쓸 만큼의 천문학적인 돈을 쥐기도 한다.
이런 제도 탓에 이제 풀타임 3년 차에 접어드는 스넬은 어쩔 수 없이 찔끔 올라간 연봉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타율 0.286에 홈런 31방, 타점 103개를 수확한 브레그먼도 풀타임 3년 차라는 신분에 묶여 올해 연봉 64만500달러라는 헐값에 머물렀다.
스넬보다는 3만 달러 많은 4만1천500달러가 인상됐다. 한 해 수 백억을 받는 FA 선수들보다 나은 성적을 올렸는데도 제도 때문에 인상 폭은 형편없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13일(한국시간) 이런 빅리그의 연봉 시스템을 '망가졌다'고 표현했다.
장칼로 스탠턴과 더불어 홈런 군단 양키스를 이끄는 저지는 2018년 홈런 27개와 67타점을 거둬들였다.
그의 올해 연봉은 68만4천300달러로 6만2천달러 올랐다.
USA 투데이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가 올해 선발 등판 때마다 평균 100만 달러를 가져가는 것과 이보다 30만 달러 가까이 적은 저지의 연봉을 비교했다.
지난해 삼진 143개를 뽑아내 역대 메이저리그 좌완 구원 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밀워키의 조시 헤이더는 13만 달러 오른 68만7천600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이미 FA 권리를 행사한 다른 투수들의 몸값과 견주면 인상액은 푼돈 수준이다.
빅리그 최고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저년차라는 굴레에 갇힌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연봉 체계를 이해한다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스넬은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지만, 실망스럽다"고 했다.
브레그먼은 "받은 연봉을 능가하는 성적을 냈기에 실망스럽다"며 "좋은 비즈니스란 높은 수준의 경기를 선보인 선수에게 행복을 주고, 선수나 구단 모두 해당 선수가 이곳에서 영원히 뛰었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좌절감을 나타냈다.
연봉 체계의 불합리한 측면은 3년째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FA 한차와 맞물려 선수와 구단의 갈등을 더욱 키운다.
미국 CBS 스포츠는 메이저리그가 연 수입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16년 연속 수입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 50년 사이 4번째로 하락했다며 구단들이 많은 돈을 버는데도 이를 선수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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