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분위기 속 순조롭게 진행…"갑질·비리 관행 끊는 조합장 선출"
(전국종합=연합뉴스) "갑질, 비리, 부패 없이 청렴하게 조합에 헌신하는 사람이어야죠."
13일 전국 1천344개 농·수·축협, 산림조합 대표를 뽑은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1천823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조합원들은 소속 조합의 발전을 이끌고 지역 농·수·임업 활성화의 징검다리를 놓을 대표가 선출되기를 기대하며 차분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 투표소 입구에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7시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국회의원 등 공직 선거일과 달리 휴일이 아니어서 출근이나 농사일 등 생업에 나서기 전 투표를 마치려는 사람들이었다.
가장 먼저 투표소에 입장한 김성두(65) 씨는 "동시 선거로 조합장을 선출하니 더 공정하고 정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선된 조합장이 조합의 발전을 위해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청 대강당과 별관에서도 오전 7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조합원들이 줄을 지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버스를 빌려 일찌감치 투표소에 도착, 신원을 확인한 뒤 투표용지를 받았다.
경기에서는 유일하게 학교에 설치된 비룡중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이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1층 끝 교실에 마련된 기표소를 조심스럽게 드나들었다.
소양강댐 건설 이후 '육지 속 섬'으로 변한 강원 춘천시 오지 마을 조합원들은 '산 넘고 물 건너' 투표소에 도착했다.
춘천 북산면 대곡리, 대동리, 조교 1리와 2리, 물로 1리와 2리에 사는 신북농협조합원 40여명은 이날 배편과 차편을 이용해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 개시 무렵을 지나서는 쌀쌀한 아침 날씨 탓인지 일부 투표소가 한때 한산해지기도 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보다 규모는 작지만, 후보들의 면면은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영향으로 투표 진행은 빨랐다.
청주 충북문화예술인회관에 마련된 우암동 투표소에서 투표한 강모(68) 씨는 "애초에 마음에 정해둔 사람이 있어서 후보들을 놓고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조합원이 신분증을 빠뜨려 돌아가기도 했지만 두 번째 동시 조합장 선거인 데다가 다른 선거와 절차가 유사해 큰 혼란도 없었다.
과열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폭로전으로 전국 곳곳에서 드러난 조합의 민낯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갑질, 비리, 부패의 사슬을 끊고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는 대표 일꾼이 선출되는 것이다.
춘천의 한우 농가 원모(59) 씨는 "직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붓고 수차례 폭행한 이른바 갑질 조합장 사건이 우리 조합에서 벌어져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조합장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투표소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광주에서 투표한 김모(52) 씨는 "채용 비리와 같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부정부패를 없애는 등 조합이 변화해야 한다"며 "청렴하게 조합을 운영하겠다는 공약이 지켜지길 바라면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경기 조합원 이모(65) 씨는 "소득을 올려주고 헌신하는 조합장을 뽑고자 일찍 투표를 마쳤다"며 "조합원에게 군림하지 않는 조합장이 선출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전창해 강영훈 김도윤 이재현 윤태현 손형주 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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