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임의로 뽑은 근로자대표는 자격 없어"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3개월 초과 단위 기간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대표' 자격을 갖춘 사람의 동의를 구하도록 면밀히 감독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김경선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면 미조직 사업장의 경우 요건을 제대로 갖춰 도입했는지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문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되 이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노동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탄력근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동자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가 되면 서면 합의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력근로제 합의의 최종 의결을 위한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보이콧' 중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도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의결에 반대하고 있다.
김경선 국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에 관한 노동부 해석 지침이 있다며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제도에 관한 대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주지시킨 상태에서 과반수 의사를 모아 (근로자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가 임의로 선출하는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근로자대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대표권을 행사하더라도 별도의 서면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며 노사협의회 의결만으로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서면 합의를 거치지도 않고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3개월 동안 탄력근로제 관련 절차적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노동자 임금이 감소할 경우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합의문 규정과 관련해 "기존 임금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합의문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사용자가 임금 저하 방지를 위한 수당과 할증 등 방안을 마련해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김 국장은 "명백하게 미흡한 임금 보전 방안을 제출했다면 재신고를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 보전 방안이 미흡한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동자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며 "기준은 법 집행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경사노위 합의문이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 사업장에 대해 근로일간 11시간의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한 데 대해서는 "노동시간의 일간 상한이 설정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간 상한만 있던 우리나라 노동시간 제도에서 노동시간의 일간 상한이 도입되고 결과적으로 일간, 주간, 월간 상한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작년 7월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간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장시간 노동 사업장으로 분류돼 노동부 감독을 받은 392곳 중 79곳(20.2%)에서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됐다.
노동부 감독 대상 사업장 중 300인 미만 사업장은 212곳이었고 이 중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된 사업장은 29곳(13.7%)이었다.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된 사업장은 노동부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들 사업장에 최장 6개월의 시정 기간을 줘 자율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도록 했다.
작년 하반기를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으로 설정해 노동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시간 위반이 적발된 사업장 가운데 시정 방안으로 신규 인력 채용을 할 것이라고 밝힌 곳은 32곳이었다. 이들의 채용 계획 인력 규모는 1천253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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