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윤리학자 18명, 학술지 '네이처'에 의견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7개국 18명의 과학자 및 윤리학자들이 생식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교정) 임상연구를 멈춰야 한다며 14일 모라토리엄(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정자와 난자의 DNA(유전물질)에 대한 변형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생식세포 외에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임상도 멈출 것을 학계에 촉구했다.
이런 목소리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유전자 편집 분야 연구자인 펑장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임마뉴엘 샤펜티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등도 의견을 내는 데 동참했다.
18명의 학자는 작년 유전자 편집 아기 두 명이 탄생한 사건을 계기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아이들을 태어나게 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 과학계의 비판에 맞닥뜨린 바 있다.
모라토리엄을 요구하고 나선 학자들은 이날 네이처 논평을 통해 "허젠쿠이는 HIV를 사람 세포 안으로 들이는 수용체 유전자의 비활성을 시도했는데, 이런 변형은 되레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상을 진행하려면 생식세포 대상의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효율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 임상이 이른바 '맞춤형 아기'의 탄생도 가능케 하는 만큼, 이들은 사회적·윤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아기'는 지능, 체격, 피부색 등 특정 유전적 성질을 선택해 아기로 탄생시킨다는 개념이다.
다만 학자들은 이번 모라토리엄이 임상연구의 영구적인 금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5년은 임상을 금지하되 이후에 토론과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 이런 과정을 조정할 국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이날 영국 왕립학회, 미국 국립과학원(NAS), 국립보건원(NIH) 등도 이들의 모라토리엄 요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네이처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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