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구장'에서 '인생경기'…대구는 지금 '축구앓이' 중

입력 2019-03-13 15:22  

'인생구장'에서 '인생경기'…대구는 지금 '축구앓이' 중
새 전용구장 연이은 흥행 대박…선수들은 무패 행진으로 보답


(대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라이온즈 왕조'와 함께 '야구의 고장' 이미지가 강했던 대구가 '축구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대구FC는 새 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개장 두 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흥행 대박'을 쳤다.
9일 첫 경기였던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경기에 1만2천172명, 1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엔 안전 문제로 판매되지 않은 좌석을 제외한 1만1천64명이 입장해 축구를 즐겼다.
DGB대구은행파크는 대구 북구 고성동 옛 시민운동장 자리에 건립된 새 전용구장이다. 2002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삼성 라이온즈가 영광의 세월을 보냈던 야구장 바로 옆이다.
도심과는 거리가 있고 6만석이 넘어 축구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던 대구스타디움과는 달리 익숙하고 입지 좋은 곳에 새로 생긴 경기장은 여러 요소에서 팬들의 구미를 돋웠다.
국가대표 감독 등을 지낸 조광래 사장이 이끄는 대구 구단은 유럽이나 미국 등 프로스포츠 경기장의 좋은 점들을 접목해 오직 축구를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꽉 찬 느낌 속에서 몰입감을 더하고자 규모는 1만 2천석으로 고수했고, 비용 문제로 건설 과정에서 논쟁이 됐던 지붕을 사수하는 등 관람 환경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특히 응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설치한 알루미늄 바닥은 발로 쿵쿵 구르는 응원 덕분에 두 경기 만에 '히트 상품'이 됐다. 시민들에겐 '우리만의 응원 문화'가 생겼다는 자부심을 키웠다.
경기가 시작되면 일제히 그라운드로 쏠리는 위력적인 응원 소리와 열기는 방송으로 보는 이들까지 매료시켰고, 새로운 팬을 유입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광저우와의 경기 당일 구장으로 향하는 팬 중에선 "조현우밖에 모르는데…"라며 경기를 어떻게 볼지 걱정하는 청년, "한 경기에서 이기면 승점 3점"이라는 아버지의 '축구 지식' 설명을 듣는 아들 등 아직은 축구와 '데면데면한'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이런 이들까지 단숨에 축구 팬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물론 응원 분위기만 좋았다면 이렇게까지 팬이 찾아오고 화제가 되기는 어려웠을 거다.
매력적인 역습 축구를 기반으로 한 대구는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제주, 광저우를 연이어 꺾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원정에서도 1일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개막전 1-1 무승부, 5일 멜버른 빅토리와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3-1 승리 등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호성적은 다시 '직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선순환을 내고 있다.
17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경기를 앞두고 시즌권 구매자에 이어 13일 일반 팬에게도 오픈된 입장권은 이미 전광판 아래 등 일부 좌석만 남았다는 게 대구 구단 설명이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으로 시민 구단 돌풍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구는 전용구장 건설과 K리그 최초의 구장 명칭 사용권(네이밍 라이츠) 판매, 매력적인 경기 스타일과 성적, 흥행까지 모든 면에서 진정한 명문으로 도약할 적기를 맞았다.
경기력과 흥행 모두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 중인 조광래 사장은 "경기장 분위기가 무척 좋다.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며 "많은 대회를 치르느라 구단도 선수단도 힘들지만, 시민들을 위해 같이 잘 병행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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