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北인권보고서에 '정부의 지독한 침해' 빠져(종합)

입력 2019-03-14 01:41  

美정부 北인권보고서에 '정부의 지독한 침해' 빠져(종합)
북미협상 고려 北정권 차원의 인권침해 명시 피해 유화적 제스처
언론보도 등 인용해 北실태 설명…김정남 암살 포함·웜비어 사건은 빠져
김정은 설명에 '노동당 위원장' 직함…북한내 위상 명시 의도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작년 보고서에 포함시켰던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와 정권의 책임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삭제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배제해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대화' 테이블에 나서도록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내놓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는 2017 보고서에 포함됐던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는 표현이 빠졌다.
대신 2018 보고서에는 "(북한의) 인권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는 식으로만 기술됐다.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가 '지독한' 수준이고 북한 정권이 이에 책임이 있다는 미국 정부의 평가가 삭제된 것이다.
북한이 당국에 의한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부인하는 가운데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함으로써 외교적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재차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2018 보고서에는 "(북한) 정부는 인권 침해를 저지른 관리들을 처벌하기 위한 어떠한 믿을만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이 역시 "어떠한 알려진 시도도 한 바 없다"는 표현보다는 다소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8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침해의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열하면서 '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임의 구금' 같은 표현을 사용, 북한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2017 보고서에서는 '정부에 의한 지독한 인권침해'를 전제한 뒤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살해, 실종, 임의 체포와 구금, 고문' 등으로 서술했었다.
2018 보고서는 2017 보고서와 같이 북한에 대해 "김씨 가문이 70년간 이끈 독재국가이며 2011년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얼마 안 돼 그의 아들 김정은이 국가원수이자 북한군 최고사령관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8 보고서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현재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함 설명이 추가됐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을 이끌고 있다는 서술로 김 위원장의 북한 내 위상을 추가로 명시한 것이다.
2018 보고서는 항목별 인권침해 실태를 나열하면서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거론하기보다 언론 보도나 인권단체의 보고서, 탈북민들의 주장 등을 인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실종' 항목에서 "NGO와 싱크탱크 보고서, 언론 보도를 보면 (북한) 정부가 (강제) 실종에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식으로 북한 정권의 책임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대신 보고서 말미에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관계가 없고 북한은 외국 정부나 기자, 방문객에게 인권상황에 대한 전면적 접근이나 보도된 침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이동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고 주석을 달아뒀다.
언론보도나 연구보고서 등을 인용해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340건의 공개처형이 이뤄졌고 전기충격이나 물고문, 극심한 폭행 같은 고문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도 상세히 들어갔다.
엄마에게 영아살해를 강요하는 등의 반인륜적 범죄와 정치범 수용소 내에서 이뤄지는 잔혹한 인권침해 실태도 언론보도 등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거론됐다.
2018 보고서에는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 사건이 명시됐으나 2명의 여성이 기소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들을 속인 4명의 북한 요원은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정도의 설명에 그쳤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해 결국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이름은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후 회견에서 '웜비어 사건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김 위원장 말을 믿는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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