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서부, 40도 폭염 속 정전 계속…"300여개 상점 약탈"

입력 2019-03-14 04:45  

베네수엘라 서부, 40도 폭염 속 정전 계속…"300여개 상점 약탈"
민간 식품회사 시설 4곳 약탈 피해…외국 공관 철수·인력 감축 잇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서부 국경 지역에 전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약탈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지역에 전기가 서서히 다시 공급되고 있지만 고온 지역인 서부 술리아 주에는 아직 전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약탈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콜롬비아와 국경이 접한 술리아 주 상공인단체인 페데카마라스는 이날 성명을 내 주 전역에서 300개 이상의 상점이 약탈을 당했다고 밝혔다.
술리아 주를 대표하는 노라 브라초 야당 의원은 "지금 상황은 정말 비극적"이라면서 "40도에 달하는 무더위 속에 전기는 물론 식수와 음식이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민간 식품 회사인 폴라르는 금주 들어 제2 도시인 마라카이보에서 유통센터와 콜라·파스타 생산 공장, 맥주 배급 센터 등 4개 시설이 약탈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전과 식수난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폭도로 돌변, 상점을 부수고 물과 음료수 파스타 등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이날 들어 마라카이보에서는 추가적인 약탈이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약탈 공격을 받지 않아 문을 연 상점 앞에는 시민들이 식품을 사려고 긴 줄을 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기 공급이 일부 재개되면서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이 들어선 호세 항구 운영이 재개됐다.
중국은 사상 최악의 정전사태를 맞은 베네수엘라를 기꺼이 돕겠다며 전력 복구를 위해 기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베네수엘라에서는 동남부에 있는 구리 댐 수력발전시설의 중앙 통제 시스템과 배전 설비 등에 문제가 생겨 지난 7일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전기 공급이 끊겼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자신을 축출하려고 사회 불안을 염두에 둔 사이버 공격을 벌여 정전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과 많은 전문가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보다는 마두로 정권의 무능과 부패, 노후화한 전력 생산시설의 유지보수 미흡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전과 식수난 등의 불편이 가중되자 외국 공관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남아있던 소수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대사관 잔여 인력 철수와 군사 행동 가능성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독일도 생활 불편 등을 이유로 대사관 직원 수를 줄이기로 했다. 정확한 감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지난 11일 베네수엘라 정보기관에 체포됐던 현지 언론인 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가 전날 밤 풀려났다. 디아스는 국영 매체들로부터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와 연관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법원은 석방 조건으로 디아스의 출국을 금지하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언론 자유 탄압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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