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예맨내전 개입 중단 결의안 통과…트럼프에 '일격'

입력 2019-03-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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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예맨내전 개입 중단 결의안 통과…트럼프에 '일격'
공화 의원 7명 '반란표' 던져 미군의 사우디연합군 지원에 제동
내일 상원서 국경장벽 '비상사태' 선포 무력화할 결의안도 표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상원마저 예멘 내전 개입에 종지부를 찍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견제구를 던졌다.
미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라아비아 주도 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끝내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4명, 반대 46명으로 가결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상원에서 민주당은 전체 의석(100석)의 절반 이하인 47석(무소속 포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날 표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 7명이 '반란표'를 던진 덕분에 트럼프 정부의 사우디 지원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결의안은 하원 표결을 거쳐 백악관으로 송부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도 통과가 확실시된다.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군대를 예멘에서의 적대 행위로부터 철수시키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군은 그동안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공습 표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급유 등을 지원해왔다.
특히 이 결의안은 미 의회가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권한을 제한하고자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적용해 가결한 첫 번째 조치라고 AFP는 전했다.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일정 기간 이상 군대를 전장에 투입하려면 사전 또는 사후에 의회와 협의해야 하며, 의회의 요구가 있으면 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은 "오늘 우리는 의회의 승인을 받은 적 없는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을 종료시킴으로써 헌법 권한을 되찾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우리는 외국군이 전쟁에서 폭격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지원이나 군사 개입을 받을 자격이 있는 동맹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사우디 외교 정책은 물론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불리는 예멘 내전을 수행하는 사우디에 미 의회가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내전에 개입해 사실상 이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내전으로 지금까지 1만여 명이 숨졌고, 현재 1천40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릴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중요한 전략적 동맹으로 부르며 예멘 내전이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등과 관련해서도 사우디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사우디가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서도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 상원은 14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도 표결하기로 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치 전선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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