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강조하는 北, 정세 관리하며 후속 전략 고심

입력 2019-03-14 11:49   수정 2019-03-14 12:18

'완전한 비핵화' 강조하는 北, 정세 관리하며 후속 전략 고심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동창리도 잠잠…관망 이어가며 김정은 고민 깊어져
내부 정치 일정도 수두룩…'소심한 기싸움' 속 공백기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무산에도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회담이 무산된 지 거의 보름이 되는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는 물론 대외선전 매체에서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협상의 판을 먼저 깨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회담 결렬의 책임을 노골적으로 미국에 전가하거나 '새로운 길' 모색 같은 대미 강경 메시지도 삼가고 있다.
북 매체, 연일 '단계적 비핵화' 촉구 / 연합뉴스 (Yonhapnews)
대신 지난 11일부터 연일 '우리민족끼리'와 '려명' 등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북미 정상이 2차 회담에서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지속성을 언급하며 경제가 최우선임을 역설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결렬 이후 첫 공개 메시지로 지난 6일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경제발전보다 절박한 임무는 없다"고 강조했고, 10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과학중시의 상징인 이공계 최고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총장에게 투표했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조짐도 현재로서는 커 보이지 않는다.
일단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려있는 영변의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도 두드러진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작년 연말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을 밝힌 상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된 수로를 위한 땅파기 공사와 기존 방류시설 주변의 건물 신축 등을 거론하며 북한이 영변에서 핵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작년 11월 상황까지만 반영한 것이어서 국정원의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전까지의 영변 핵시설 활동을 근거로 한 유엔 제재위 보고서와 '작년 말부터 가동이 중단됐다'는 국정원의 보고는 시점에 차이가 있으며, 이 부분에 있어 한미간에 긴밀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고 정보판단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상가동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끈 미사일 발사장인 동창리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6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나, 지난 8일부터 13일 현재 추가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논조와 최근 움직임을 토대로 보면 일단 작년부터 대화로 전환된 한반도 정세를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단계적·동시행동'이라는 대미 협상의 원칙과 기조를 유지하고 미국의 '일괄타결론'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소심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 제재 해제'의 교환을 수용하라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즉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한 부분적 제재 해제요구는 현 단계에서의 미국 정부의 입장과 요구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연일 대화 재개를 언급하면서도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을 압박하는 미국에 맞서 공을 상대 코트로 넘기려는 태도가 이어지는 셈이다.
더군다나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고 상반기에 다양한 내부 정치일정도 예정돼 있어 서둘러 대화에 나설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른 만큼 내달 초 노동당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도 예정돼 있다. 이들 회의에서는 김정은 2기를 출범하기 위한 권력 집단도 재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작년에 포기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부활하는 등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로의 회귀는 최고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평가를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수령의 무오류'라는 전제 위에 움직이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며 대화 재개의 열쇠가 미국에 있다고 여론전을 펴면서도 실제 미국을 자극하는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방향에서 향후 대미 정책과 전략을 모색하는 내부 논의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정신을 강조하며 톱다운 형식의 '단계적·동시행동원칙'을 시종 유지해 왔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과 미국의 '일괄타결론'으로 북미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만큼 향후 어떤 방향과 진로를 놓고 논의할 것이며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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