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개인적 사유로 사임", 한국 "표적감사 벌여 사퇴압박"
유영민 "블랙리스트 같은 것 만든 적 없다"…국회 과방위 현안질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4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장들의 잇단 중도사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과기부가 환경부에 이어 '제2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상임위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촉구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개인 사유에 따른 문제 없는 사임'이었다며 맞섰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과기부 산하 63개 공공기관 중 12명의 기관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 사퇴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과기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사를 벌여 사퇴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상임위 청문회는 물론 국정조사, 특검 수사도 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임기철 전 과학기술평가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퇴종용을 받았다고 밝혔다"며 "과기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 아니냐. 이것도 체크리스트라고 할 거냐"며 유영민 과기부 장관을 추궁했다.
그러자 유 장관은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것은 과기부는 블랙리스트 같은 것을 만든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관장 임면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고, 장관은 사후에 통보를 받고 승인만 한다"고 답했다.
유 장관은 "공공기관의 임기보장은 중요한 문제이며 이들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누누이 말해 왔다"며 "저 또한 십수 년 전에 공공기관장으로 있다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아픔의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철 전 원장에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며 "임 전 원장과는 자주 업무협의를 한 것만 기억할 뿐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과기부를 향한 한국당 의원들의 파상공세에 여당 의원들은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도중에 물러난 기관장들은 저마다 개인적 사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들의 사유를 정리해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 의원들에게 보고하면 되지 굳이 장관이 의혹을 받을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중도 퇴임한 기관장 12명 가운데 3∼4명은 대선을 앞둔 2017년 3∼4월에 취임한 분들"이라며 "과연 적법한 권한이 발동된 취임이냐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당이 추천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 2명에 대해 청와대가 결격사유를 이유로 임명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발끈했다.
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한국당 추천위원에 대해 원안위는 3일 전에 문서로 임명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원안위원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은 청와대의 직권남용인 만큼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원자력안전재단 여당 추천위원 역시 같은 이유로 임명이 되지 않고 있다"며 "결격사유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당은 또, 과기부가 종합편성채널의 의무송출 폐지를 통해 이른바 '종편 죽이기'를 하려 하고 있다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종편 의무송출과 관련한 법안 중에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있다"며 "시행령보다 법률이 상위에 있는 만큼 정부의 시행령 개정 강행은 국회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한편, 과방위는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7일 열기로 의결했다.
또한 지난해 KT의 아현동 화재사고와 관련해 황창규 KT 회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오는 4월 4일 청문회를 실시한다는 데 합의하고, 관련 계획서를 오는 27일 의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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