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헌법학자 "위헌으로 볼 수 없어"…이종수 교수 "한국당 금반언원칙 위배"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임하은 인턴기자 =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것을 고백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렇게 말해 현행 헌법 체제하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간팩첵] 나경원은 엘사?…’겨울왕국’된 국회(feat.이해찬의 ‘국가원수모독죄’) / 연합뉴스 (Yonhapnews)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고칠레오'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사실에 대한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헌법 공부를 안 하느냐"고 꼬집었고, 함께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도 "헌법에 국회의원 정수는 2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하한규정'은 있지만 '상한규정'은 없다"며 "법정신이나 내용에 대한 무시 또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유시민 이사장이 서둘러 자신의 뇌를 정밀 검사해볼 것을 정중히 권고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 재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헌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법과대 명예교수의 기고문과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하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헌법학계에서 이미 폭넓게 공유되는 견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헌법 제41조 '국회의원 수를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의 해석을 놓고 학계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이종수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하한선을 헌법에서 정해뒀으니 상한선이 없다고 한다면 기계적인 해석밖에 될 수 없다"며 "200석 이상 300석 미만으로 해석하는 게 해당 조항의 가장 합헌적 범위이지 극단적으로 500명, 600명씩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6차 개정헌법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150인 이상 250인 이하로 정한 적이 있다"며 "적어도 100명 범위에서 입법 형성권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항을 두고 인구와의 비례성을 고려해 하한선을 둔 것이지 '300석을 넘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헌법학자가 더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의회의 대표성을 고려해 최소 200석 이상으로 설정하고 이후 인구 증감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헌법정신이라기보다는 국민감정에 반한다는 취지를 (나 원내대표가)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입법자에게 구체적인 숫자를 정하도록 맡기돼 최소한 200명은 돼야 한다는 것이지 '300명을 넘으면 위헌'이라는 해석은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전종익 서울대 법과대 교수 역시 "적정 의원 수에 대해 논의를 할 수는 있겠으나 헌법 명문 규정이 200석 이상인데 이를 '300석 이상이면 헌법 위반이다'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 교수는 "마음에 들든 안들든 헌법에 나와 있는 규정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정 의석수에 대한 논의를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12년 여러 헌법학자의 의견을 조사한 뒤 '국회의원 정수의 적정성과 위헌논쟁'이라는 제목으로 '이슈와 논점'에 게재한 글에서 "견해를 밝힌 헌법학자 대부분은 의원정수를 300인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헌법 41조 제2항의 문언상으로나, 국회의원 정수에 관한 제도의 본질적 취지에 비춰 합헌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원정수 300석 위헌론'을 편 이종수 교수도 한국당의 문제 제기에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의원수를 300명으로 늘릴 때 여야가 이미 합의한 것인데 그때 합의를 하지 말았어야지 한국당이 인제 와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게 싫다고 위헌 여부를 다시 말하는 것은 금반언원칙(禁反言原則)에 위배된다"며 "헌법 해석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반언원칙은 자신의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후행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의성실의 원칙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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