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판결 집중 논의…"한일관계 더 악화않도록 잘 관리" 공감대
양측 기본 입장은 '평행선'…日, '중재위 구성' 언급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현혜란 기자 = 한국과 일본은 14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경제보복 등에 의한 상황 악화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2시 15분부터 4시까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이와 관련한 양측의 입장 교환이 있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김 국장은 협의에서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양국관계 전반과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해줄 것을 일본 측에 촉구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저희는 대응조치의 부적절성이라든지, 특히 언론에 그런 문제가 부각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일본 측도 그런 대립과 갈등이 부각되는 게 옳지 않다는 쪽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외교당국 간에는 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더 이상 이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나가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일 외교당국 간에는 보복조치로 인해서 갈등이 고조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 같이한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거듭 확인했다.
일본 정부에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로 인해 일본 기업의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때를 상정해 다양한 대응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2일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의 정지, 비자의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할 때의 대응방안과 관련, "만에 하나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 관리에 필요한 검토, 내부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은 충실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협의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나스기 국장은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반한다는 입장하에,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응하라고 한국에 거듭 촉구했으며, 이에 김용길 국장은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측이 한국이 '외교적 협의'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중재위원회 구성으로 넘어간다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날 협의에서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일본 측은 또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된 데 대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협의는 비교적 솔직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면서 "과거사 문제로 인한 제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노력하자는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용길 국장과 가나스기 국장은 이날 만찬도 함께하며 협의를 이어간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국장급 협의를 1∼2달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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