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11년여만에 재개…통신망 증설은 안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면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11년여 만의 화상상봉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워킹그룹 회의에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물자의 대북 반출과 관련한 제재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지난 8일 제재 면제를 정식으로 승인받은 데 이어, 미국의 독자제재도 면제받게 된 것이다.
제재의 '허들'을 모두 넘은 만큼 정부는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화상상봉 시설을 정비하고 상봉 규모와 일정 등을 결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화상상봉 물자 구매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지출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 심의를 통해 다음 주 후반께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북측에 물자를 전달해 설치하고 시험가동 등을 진행하며 기술적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지난 2005∼2007년 서울과 지방 등에 설치된 남측 상봉장과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상봉장을 광통신망으로 연결해 7차례의 화상상봉을 실시했다.
그러나 기존 설비는 이미 10년 이상이 지나 노후화한 만큼 새로 화상상봉을 하려면 전면적 개보수가 필요하다. 과거 화상상봉은 'SD급' 저화질로 이뤄지는 등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기술 수준도 상당히 뒤떨어진다.
정부는 기존 남북의 화상상봉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대폭 교체하기로 하고 제재 면제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케이블 등 통신망과 관련한 장비는 이번에 제재 면제를 신청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남북은 지난 2005년 화상상봉 개시에 앞서 2005년 7월 KT 문산지점과 북측 개성전화국 간에 광케이블을 연결했다. 이미 광통신망이 구축된 만큼 추가로 망 증설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통신망 구축이) 돼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최근 말했다.
상봉 규모와 일정 등을 정하기 위한 북측과의 접촉도 기술적 준비와 병행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실무 협의가 진척되면 남북이 적십자회담을 개최해 상봉 계획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도 지난해 9월 평양선언과 10월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에 합의했고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도 해온 만큼 상봉 협의에 호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남북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복구와 상시 운영,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적십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화상상봉 장비의 제재 면제를 위한 대미 협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됐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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