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개발 제한하면 軍 공항 이전 인정하는 꼴 될라"
수원 "실제 이전사업 추진돼 보상 비용 오르면 어쩌나"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수원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지정된 화성 화옹지구 일대에 투기성 '벌집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선 가운데 공항 이전사업으로 마찰을 빚는 화성시와 수원시 양측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는 개발 행위를 제한할 경우 자칫 군 공항 이전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 수원시는 추후 이전사업이 진행되면 보상 비용이 늘어날까 봐 걱정이다.
화성시는 지난 14일 부시장 주재 과장단 회의를 열고 벌집주택에 대한 대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재확인했을 뿐 이렇다 할 묘안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시는 앞으로 ▲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시 심의 기준 강화 ▲ 개발 행위 및 건축허가 시 사전 사후 관리 강화 ▲ 매주 정기적인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거쳐 위장전입 차단이라는 원론적인 대책만 공유했다.
벌집주택 완공 뒤 '별장' 목적으로 사용하는 입주자에 대해선 재산세를 최대 40배 중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해당 지역 유사 규모의 주택 재산세가 1만∼1만4천원임을 고려하면 약 50만 원에 불과한 금액이어서 실질적인 제재 방법이 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화성시가 개발 행위를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가 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을 근거로 예비후보지 주변 지역을 개발 제한할 경우 자칫 시가 군 공항 이전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제한 카드는 꺼낼 수조차 없는 입장이다.
군 공항 이전을 추진 중인 수원시도 벌집주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벌집주택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추후 실제 이전사업이 진행되면 벌집주택과 토지를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원시 한 관계자는 "벌집주택도 보상 대상이 되면 막대한 보상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며 "그렇다고 지금 당장 화성시 측에 강력한 단속을 요구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인 화성 우정읍 원안리, 화수리, 호곡리 일원에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이른바 '벌집주택' 수십 채가 건축돼 보상을 노린 투기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이후 현재까지 이곳에 접수된 개발 행위 허가 건수는 총 96건, 건축신고는 75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goal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