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한국 야구의 가장 위대한 순간들' 19일 오후 10시 첫 방송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한국 프로야구는 위기감을 가져야 합니다. 선수, 구단, 지자체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야구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야구계 현장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야구 해설계의 살아있는 전설 허구연(68) MBC 해설위원의 말투는 진지했다.
허 해설위원은 케이블 채널 히스토리의 한국 프로야구 37년 역사를 한눈에 살피는 특집 프로그램 '한국 야구의 가장 위대한 순간들'에 참여했다.
방송에서 그는 프로야구 37년사에 잊히지 않을 명장면들을 꼽아 해설을 더하고 직접 인터뷰어로 나서서 주변인들의 증언을 듣는다.
30분 길이 총 8편으로 구성된 방송은 허 해설위원이 직접 선택한 야구사 명장면, 최고의 감독과 최악의 사건·사고, 은퇴선수와 현역선수로 만든 가상의 드림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오는 19일 오후 10시 히스토리 채널에서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15일 오후 마포구 도화동에서 만난 그는 "현재 야구계는 인기에 도취해 있는 것 같다"며 따끔한 말로 입을 열었다.
"한국 프로야구가 1982년 처음 출범할 때 반신반의 수준이 아니라 다들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봤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선수-구단-지자체 모두 동반 성장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제일 올라간 건 야구팬들의 수준밖에 없어요. 불미스러운 사건·사고, 잘못 잡은 방향성을 그대로 방치하면 전 야구 인기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e스포츠에 밀려 완전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될 수도요."
허 해설위원은 "그럴수록 역사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경기 기록은 잘 남아있는데 구단의 역사나 정책적인 부분은 많은 사람이 모른다"고 지적했다.
"제 나름대로는 프로야구 37년 역사를 정리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프로야구 출범 과정조차도 지금 명쾌하게 밝혀진 게 없어요. 전두환 정권 아래 우민화 정책의 하나로 시작됐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죠. 그런 쪽 이야기들을 제가 아는 범위에서 짚어주고 살아있는 분들의 얘기도 들어보려고 합니다."
허 해설위원은 그러면서 "37년간 야구계에 얼마나 사건·사고, 에피소드가 많았나. 압축해서 전달해야 하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올해 우승 후보팀으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를 꼽았다.
"외국인 선수 변수가 많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SK, 두산, 키움이 앞서나갈 거라고 봅니다. 김광현(SK 와이번스)은 올해 부상 재발만 없으면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낼 거라 보고, 두산은 투수들이 작년의 80%만 해줘도 워낙 야수들이 좋고요. 제일 주목받는 건 키움인데 전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한화는 올해에도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될 것 같네요."
그는 인터뷰 내내 프로야구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아마추어 때부터 기본기가 갖춰져서 올라와야 프로가 돼 꽃을 피우는데 최근 어린 선수가 늘어났지만, 그에 맞는 질적인 성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야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스포츠가 회비를 내고 운동을 하는 시대가 됐어요. 바꿔 얘기하면 돈 없는 애는 운동하기 힘든 구조가 된 거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포츠는 과외 시키듯이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헝그리 정신을 갖추고 맨바닥에서 뛰던 애들이 잘할 확률이 높습니다.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은 흐름이고, 이게 최근 슈퍼스타가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니지 싶어요.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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