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 "자동소총에 이탈리아 극우 청년 '트라이니' 이름 포함"
변호인 "트라이니, 이번 사건과 무관…그도 이번 테러 규탄"
극우 성향 이탈리아 부총리 "테러 책임, 내게 묻지 말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에 사용된 총기에 작년 2월 흑인들을 겨냥해 총격을 가해 이민자 6명을 다치게 한 이탈리아 극우 청년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는 호주 언론을 인용해 뉴질랜드 테러에서 인명 살육에 동원된 자동소총에 여러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루카 트라이니'라는 이름이라고 보도했다.
트라이니(29)는 이탈리아 총선을 1개월 앞둔 작년 2월에 중부 마체라타에서 자신의 차를 몰고 다니다가 흑인만 보이면 총구를 겨눠 나이지리아, 가나, 감비아, 말리 등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게 상처를 입힌 장본인이다.
체포 직전에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고, 이탈리아 국기를 몸에 두르는 퍼포먼스를 펼친 그는 자신의 범행 며칠 전에 토막 시신으로 발견된 18세 이탈리아 소녀를 살해한 용의자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마약 밀매업자가 지목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흑인만을 조준해 사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0월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그는 파시즘과 나치즘 신봉자로 2017년 6월 열린 지방선거에 극우 정당 '동맹'의 전신인 '북부동맹'(LN) 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동맹은 반(反)난민 정서와 트라이니의 인종 범죄 등으로 점철된 작년 3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약진한 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라이니의 변호인은 그러나 현재까지 4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뉴질랜드 테러를 규탄하면서, 이 사건과 트라이니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변호인인 잔카를로 줄리아넬리 변호사는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말 끔찍한 것으로, 트라이니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 잔악한 공격을 비난하고 있다"며 "우리는 테러범의 총기에 트라이니가 언급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라이니와 이번 사건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얼간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태어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트라이니는 작년 선고에 앞서 한 법정 진술에서 피해자들에게 부상을 입힌 것에 사과하며 "사람의 피부색은 어떤 것과도 무관하다는 것을 감옥에서 깨달았다"고 말해 범행을 뉘우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라이니의 이름이 테러에 이용된 도구에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불똥이 튄 살비니 부총리 역시 테러 공격을 비난하는 한편, 이번 테러를 자신의 탓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학살이 일어났다. 끔찍한 살인자들을 전적으로 경멸하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항상 살비니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민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테러범이 사용한 총기에 트라이니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이탈리아 사회에 반(反)이민, 반이슬람 분위기를 부추긴 살비니 부총리와 트라이니의 범행 사이의 상관 관계에 주목하며, 살비니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뉴질랜드 경찰이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49명이라고 밝힌 가운데, 당국은 현재까지 4명의 용의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호주인 브렌턴 태런트가 이민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 데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사원에서 무슬림들이 기도하는 시간에 발생해 이번 테러는 이민자들을 겨냥한 계획적인 범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뉴질랜드 모스크서 대형 '총격참사'…"계획된 테러" / 연합뉴스 (Yonhapnews)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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