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 무대에 도전장…"조급함 버리고 완성도 높은 연주 꿈꿔요"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울시향 부지휘자(2009~2013)를 지낸 성시연(43)이 2년 만에 서울시향 정기 공연에서 지휘봉을 든다.
성시연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향과의 공연은 고향에 온 것처럼 반갑다"며 "커리어 초창기부터 함께한 오케스트라다 보니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성시연은 유독 '최초' 타이틀을 많이 달고 다니는 지휘자다. 미국 보스턴심포니 137년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 서울시향 첫 여성 부지휘자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 4년간은 경기필하모닉을 이끌었는데, 당시에도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 역사상 첫 여성 상임지휘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기필하모닉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성 지휘자는 유럽 본고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익숙한 둥지를 스스로 떠났다.
최근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여성 지휘자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커지는 분위기도 그에겐 훈풍으로 작용한다.
"지휘를 막 시작했을 당시 한 독일 언론사 기자가 '10년 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느냐'고 물었는데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고 싶다'고 답했어요.(웃음)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지휘자의 순진한 답변이었지만, 목표와 포부를 갖고 계속 노력을 해볼 생각입니다."
'동양 여성 지휘자'로서 부딪혔을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실력만 있다면 음악가들은 결국 인정해준다"는 씩씩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현재 유럽, 북미 무대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며 '때'를 기다린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그는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여행도 다닌다. 음악과 삶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도 생겼다. 유럽권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싶어하지만, 조급해하진 않는다.
"10년 넘게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가 성숙해지는 데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예술에 완성이란 없겠지만, 성숙한 음악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고난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깨달은 이후 매사에 조급함이 사라졌어요."
서울시향과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간다.
오는 22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말러와 슈트라우스' 공연을 이끈다.
정기 연주회 지휘는 2년 만이지만, 작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향 광복절 기념 음악회 등을 지휘하며 꾸준히 호흡을 다져왔다.
그는 서울시향과의 연주를 "몇 년 묵은 장맛"에 비유했다.
"쉽지만은 않았죠. 제가 부지휘자를 처음 시작할 당시엔 정명훈 지휘자(당시 서울시향 예술감독)라는 매우 큰 나무가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에 음악적인 새 시도가 어려운 측면도 있었어요. 처음엔 다소 섞이지 않은 맛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깊이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더 찰진 소리를 들려드릴게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과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3곡,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정화' 등이 연주된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끝까지 연결되는 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비극적인 느낌의 '만프레드 서곡'으로부터 시작해 영혼의 정화로 끝나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담길 것 같아요."
그는 서울시향과의 공연 이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TIMF앙상블을 이끈다. 내셔널 일 드 프랑스 오케스트라, BBC필하모닉, 시애틀 심포니 등과의 연주도 줄줄이 이어진다.
그가 올해 이루고픈 소망은 무엇일까.
"어떤 연주를 하든지 완성도 있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며칠 전 꿈까지 꿨어요. 어떤 여성 지휘자가 꿈에 등장했는데 문화적 뉘앙스와 음표 하나하나를 다 살려내는 판타지적인 인물이었어요. 그만큼 완벽함과 완성도에 대한 제 열망이 큰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연애"를 꼽으며 깔깔 웃었다. "사는 게 조금 건조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주하러 다니며 사는 건 즐겁지만 연주 이외의 삶을 위해서 연애도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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