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지난달 말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서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해간 사건과 관련, 북한체제 반대 활동을 해온 단체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날 "2월 말 작전의 배후 단체는 김씨 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한 비밀스러운 반체제 조직인 '천리마민방위'로 알려졌다"면서 이런 내용을 "이 임무의 계획과 실행에 정통한 사람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아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로, 이달 1일부터 이름을 '자유 조선'(FREE JOSEON)으로 바꿨다.
WP는 "이 단체의 역할에 대한 주장은 이전에 보도되지 않았다"면서 북한, 미국, 스페인 정부 관리들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편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13일(현지시간) 미 중앙정보국(CIA)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스페인 경찰과 스페인 국가정보국(CNI) 소식통을 인용해 북 대사관에 지난달 22일 침입한 괴한 10명 중 최소 2명의 신원이 폐쇄회로(CC)TV 분석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들이 CIA와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WP는 "이 사건에 정통한 사람들은 그 단체(천리마민방위)가 어떤 정부와도 협조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WP는 "미 정보기관들은 민감한 시기와 임무의 대담성으로 볼 때 그렇게 하기를 특히 꺼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가 "가해자들은 침입 중에 찍은 비디오 녹화물을 갖고 있으며 이를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은 북미 핵 협상에서 실무를 맡은 북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2017년 9월까지 대사로 재직한 공관이다. 스페인은 당시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항의로 그를 추방했다. 엘 파이스는 괴한들이 김혁철에 관한 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인 지난달 22일 발생했고,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달 27일 스페인의 인터넷 신문에 처음 보도됐다.
z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