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가 반대표 없이 통과된 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감세 및 고용안정, 사회보장 확대 등 신속한 경제 개선책을 담은 리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안은 전날 베이징에서 폐막한 전인대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투표 결과 리 총리의 업무보고안에는 무려 2천94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3명이 기권했을 뿐, 이례적으로 단 한 표도 반대가 없었다.
한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에 대해 '거수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지금까지 업무보고를 부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지만, 반대표 숫자는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된다고 SCMP는 설명했다.
리 총리가 총리로서 처음 한 2014년 업무보고에 대해서는 378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그가 첫 임기를 끝낸 2017년 당시에는 반대가 180명이었다.
SCMP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이 표결에 부쳐졌던 지난해의 전인대 분위기는 특히 긴장감이 흘렀다고 소개했다.
당시 세심한 합의형성과정을 거쳐 진행된 개헌안 투표 결과 찬성이 2천958명에 달했고 반대가 2명, 기권이 3명에 그쳤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SCMP는 올해 표결 전 합의형성과정이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올해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였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나 '중국 제조 2025'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가벼운 반대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SCMP는 전임 주룽지(朱鎔基),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달리, 리 총리는 시 주석 정책의 집행자로서 성격이 더욱 강하다고 평가했다.
리 총리 자체는 지도자로서 전인대 대표들의 명확한 지지를 받고 있지 않지만, 그의 업무보고는 전체적으로 시 주석이 결정하는 정부 정책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후커밍(胡可明)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부주임은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 반대표가 없는 배경을 묻는 말에 미소를 지으며 "이유? 당신이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
이밖에 최고인민법원 업무보고에는 156명이 반대하고 67명이 기권했으며, 최고인민검찰원 업무보고에는 71명이 반대하고 71명이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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