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0 도쿄 서밋' 참석 후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
"우리가 세계 최고기술 가졌지만 지금부터가 중요"
"역동적 ICT 기업 CEO 임기, 6년 정도가 적당"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금 한국이 외치는 4차 산업혁명은 5G(5세대 이동통신) 위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5G를 통해 한국의 4차 산업을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5G 전도사'를 자처하는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5일 저녁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내달부터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5G가 상용화된다면서 이 서비스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20개국 재계 대표 회의인 'B20 서밋' 참석차 도쿄를 찾은 황 회장은 KT에 있었던 지난 5년여 동안 추진했던 여러 혁신 과제 중 제일 중심에 둔 것이 5G 플랫폼이었다며 5G가 KT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상했다.
그는 "빅데이터 등 엄청나게 많은 기술이 집적된 5G는 처리용량은 20배 이상 늘고 지연시간은 확 떨어진다"며 4차 산업(정보·의료·교육·서비스 등 지식 집약적 산업)에는 5G가 필수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KT는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커넥티드 버스 운행, 360도 VR(가상현실) 등 5G를 이용한 다섯 가지 서비스를 완벽하게 증명해 보였다"며 이를 계기로 국제무대에 나가면 주요국 경영자(CEO)들이 자신을 찾아와 인사할 정도로 KT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5G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5G를 토대로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5G를 통해 전 산업이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 황 회장은 "지금 한국에선 대기업도 제조업 분야는 고충을 겪고 있다"며 5G를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한 구체적 사례로 현대중공업을 들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1년 전부터 5G를 깔았는데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업무능률도 높아졌다고 한다면서 여의도 2.4배 면적의 조선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인텔리전트한' 장소로 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어 일본을 잘 안다는 황 회장은 이번 B20 도쿄 서밋에 참석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한다고 하는 등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일본도 정부, 지자체, 통신사업자가 협력해 상당히 많은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이번 B20의 주제로 내세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소사이어티 5.0'(Society 5.0 for SDGs)은 5G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면서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5G 상용화를 통해 건강, 에너지, 먹거리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아직은 우리가 5G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술을 갖고 있고, 우리 기술로 표준도 만드는 등 모든 걸 주도했지만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출신인 그는 반도체 사례를 들면서 "그때 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지금은 한 사업부가 연 매출 40조원을 이루는 등 한국 경제의 큰 밀알이 되고 있고, 그것이 저한테는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면서 5G를 통신 플랫폼 분야의 '반도체'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두 번째 CEO 임기가 끝나는 황 회장은 "ICT(정보기술통신) 기업은 역동적이라 6년 정도가 알맞다고 생각한다"며 더는 연임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도 CEO(최고경영자) 발탁이 가능하도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후임 회장 결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부터 저의 역할은 5G를 안착시키는 것"이라며 "5G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그간 준비해온 하나하나의 에너지들이 올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KT는 매출 규모가 삼성전자에 비교하면 수십 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역할로 보면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KT가 플랫폼 회사로 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은 김성태 의원 딸이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논란에 대해선 자신의 취임(2014년 1월) 전인 2011년 채용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관여된 회사 내부 사람들도 모두 퇴직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끝으로 현 KT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를 묻는 말에 "5G 중심인 기업사업 부문의 흐름에 따라 상당히 밸류가 달라질 것"이라며 "아마도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황 회장은 지난 15일 폐막한 'B20 도쿄 서밋'의 '모든 사람을 위한 디지털화' 세션에서 5G를 활용해 인류의 공동 번영을 이루고 사회 문제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황 회장은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5G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기후변화, 고령화,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며 국제기구나 B20 등 초국가 차원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ICT를 활용한 KT[030200]의 '글로벌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을 소개한 뒤 케냐, 캄보디아 등이 먼저 참여한 이 프로그램을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함께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통상 열리는 B20 서밋은 2009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번이 14번째였다.
이번 도쿄 회의는 올 6월 오사카(大阪)에서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 앞서 일본 대표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주최했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는 데이터 유통이 중요한 만큼 거대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 과세 문제에는 다국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각국 규제를 존중하는 가운데 자유롭게 데이터가 유통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공동제언을 마련해 오사카 G20 의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전달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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