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역량 부족 확인…자사뉴스 통한 의혹 보도에 평가는 반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KBS 2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 방송 12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사실상 폐지 수순으로 접어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1박2일'은 출연자 중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의 성관계 영상 불법 유포 의혹과 관련, 3년 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쉽게 복귀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최근 무기한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가라앉기도 전에 16일 'KBS 뉴스 9'이 3년 전 '1박2일' 출연자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상습적으로 내기 골프를 한 일을 언급했고, 제작진은 묵인했다고 보도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차태현과 김준호, 그리고 제작진 측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고, 오는 17일 중에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연이어 불거진 제작진, 그리고 방송사의 도덕적 해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1박2일'의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특히 KBS는 정준영 파문으로 프로그램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하자, 자사 간판 뉴스인 'KBS 뉴스 9'를 통해 출연자 내기 골프 의혹을 보도하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자사 보도를 통해 프로그램의 추가 의혹을 먼저 폭로한 점은 나름 내부 감시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결국 이번 문제들을 제작진의 책임으로만 국한하려는 시도로도 읽힐 수도 있어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보도 오프닝에서는 "저희 제작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는 앵커 멘트가 나갔고, 방송사로서의 사과는 없었다.
이번 보도 이후 '1박2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른다.
한 누리꾼은 "내기 골프까지 터졌다. 폐지해라"라고, 또 다른 누리꾼은 "출연자들이 수백만원대 도박하는 걸 모르쇠 해놓고 어떻게 (출연자) 검증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정준영 파문과 차태현-김준호 내기골프 의혹은 프로그램에 최악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안 그래도 정준영 파문 후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여론이 있는 가운데 안 좋은 사건이 또 터졌기 때문에 최악의 국면으로 간 것 같다"라며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거나 아니면 제작진과 출연자를 몽땅 바꿔서 브랜드만 살리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매우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멤버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이고, 오락적 기능은 물론 공익적인 역할도 해온 간판 프로그램의 폐지는 과한 처사라는 반응도 일부 있다. 또 제작진의 검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고들을 제작진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 아니냐는 지적 역시 있다.
한편, 차태현과 김준호는 '1박2일' 외에 다른 예능에서도 활발하게 활약하던 인물들이어서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방송가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태현은 MBC TV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김준호는 tvN '서울메이트2'와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이다. MBC와 tvN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지켜보며 출연자에 대한 조치를 강구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준호의 경우 2009년 8월 이미 한 차례 원정 도박 사실이 적발돼 여러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바 있어, 정준영 사례와 마찬가지로 방송사들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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