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용의자 고국 호주로 안보내고 재판 진행 방침…무기징역 예상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 속 '사재기 현상'도…시신 인도 늦어 유족 발 동동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정성호 기자 =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 2곳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총기 테러의 사망자 수가 50명으로 늘었다.
AFP와 로이터·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경찰은 17일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로써 크라이스트처치 테러 사망자는 5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5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까지 사망자는 49명이었다.
경찰은 이번 테러 사건을 검거된 브렌턴 태런트(28)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범행 과정을 도운 조력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 사원서 사망자 추가발견…위중한 환자 있어 사망자 늘어날 수도
마이크 부시 뉴질랜드 경찰청장은 "어젯밤이 돼서야 우리는 모든 희생자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며 추가 사망자는 크라이스트처치 헤글리공원 인근에 있는 첫 번째 테러 현장인 알 누르 모스크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50명의 부상자 가운데 36명은 입원 치료 중이며, 위중한 상태의 2명을 포함해 11명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부시 청장은 설명했다.
그레그 로버트슨 크라이스트처치 병원장은 이 병원에 있는 2명의 어린이 환자는 상태가 안정적이지만, 오클랜드의 의료시설로 이송된 다른 4살 소녀는 위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망자가 50명에 이르면서 외신들은 "현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테러", "평시의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학살"로 규정했다.
이번 테러는 1943년 페더스톤 포로수용소 난동으로 49명이 숨진 것을 넘어 1800년대 유럽인들의 정착 이후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최악의 대량 살인 사건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 단독범행에 무게…무기징역 선고 예상
현지 경찰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호주 국적의 태런트가 이번 사건의 유일한 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테러가 그의 단독범행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들을 분석한 결과 한 사람만 구금된 것이라며 "다른 총격범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시 청장은 태런트의 단독범행이라고 100% 확신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이번 테러 공격과 관련해 단 한 사람만 기소됐다"고 지적했다.
태런트가 총격을 가하는 도중 경찰 저지선에서 체포된 다른 용의자 2명은 테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들의 차 안에서 발견된 총기도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여성은 석방됐으며, 남성은 총기 소지와 관련한 혐의로 구금 중이다. 경찰은 또 한명의 남성을 체포했으나 역시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이 테러 단체의 조직적인 공격이 아닌 '외로운 늑대'(lone-wolf·전문 테러조직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는 시각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런트는 범행 전 공개한 '선언문'에서 자신이 다수의 단체와 접촉하고 후원한 적이 있지만 "어떤 조직이나 그룹의 직접 구성원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뉴질랜드 내 거주지였던 더니든의 한 총기 동호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호회 부회장인 스콧 윌리엄스는 WSJ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태런트가 엽총과 반자동 소총인 AR-15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법정에 출두했던 태런트는 제기된 살인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다시 구금됐으며, 다음 달 5일 다시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경찰과 법원은 태런트에게 살인 혐의 외에도 추가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뉴질랜드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 스터프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를 인용해 엄청난 희생자 수를 고려할 때 태런트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상 유례없는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CNN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태런트를 본국인 호주로 인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에서 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뉴질랜드 경찰은 사건 당일 신고를 받은 지 6분 만에 출동해 10분 내로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했으며, 범행 시작으로부터 36분 안에 태런트를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 사망자 신원 파악 여전히 '진행 중'…추모 행사도 이어져
사건 발생 사흘째를 맞으면서 유족들은 희생자의 시신을 넘겨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슬람의 종교 관습에 따르면 사망자는 24시간 이내에 수의를 입혀 매장해야 한다.
부시 청장은 "시신 인도 전에 사망 원인과 신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도 문화·종교적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위 종교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희생자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가족에게는 공유했으나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희생자 대다수는 파키스탄과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 출신의 이민자 또는 난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질랜드 인구 중 이슬람교도의 비중은 1% 수준이다.
뉴질랜드 전역에서는 희생자 추모 행사도 열리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명물인 '카드보드 성당'을 포함한 곳곳에서 추모 예배가 개최되고, 테러 현장 인근 임시 추모 공간에는 묵념과 헌화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테러 용의자 태런트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들이 모두 합법적으로 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뉴질랜드에서는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던 총리는 전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한 가지는 지금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총기법은 바뀔 것"이라며 총기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뉴질랜드 내각은 18일 총기 정책을 정식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뉴질랜드가 총기규제를 둘러싼 분열적인 정쟁에 빠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망했다.
실제로 테러 사건 이후 현지에서 총기 구매 희망자들이 총포상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스터프가 전했다.
이 매체는 "총기 사재기(panic buying)가 일어나고 있다"며 총기법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테러 사건 첫 신고 후 테러범 체포까지 무려 36분이 소요됐다는 점을 두고 현지에서는 경찰의 늑장 대응,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kind3@yna.co.kr,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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