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원인은 27년 전 부실공사, 누수 뒤 메인밸브 차단 늦어 피해 커져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친 '고양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와 관련, 경찰 수사가 3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27년 전 이뤄진 부실공사였으며, 누수가 된 뒤 메인밸브 차단이 늦어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과실교통방해 혐의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장 A(54)씨와 1991년 당시 난방공사 본사 공사부장 B(64·퇴직)씨 등 난방공사 관계자 총 9명을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당시 시공업체인 삼성중공업 소속 현장소장이던 C(70)씨와 공사 하청업체 현장소장 D(64)씨 등 총 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마찬가지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12월 4일 오후 8시 35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열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인근 도로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송모(69) 씨가 화상으로 숨졌다. 송씨를 포함해 55명의 인명피해와 74건의 재산 피해가 난방공사 측에 접수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통제실 관리책임자 등은 사고 직후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즉각 조치해 2차 사고를 방지해야 함에도 메인밸브 차단을 1시간여 지나서 하는 등 초동조치를 부실하게 해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평소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압력 수치로 미뤄 긴급 상황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단순히 온수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만 짐작하고 오히려 압력을 높이는 조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고지역은 열배관에 대한 누수감지선이 단락돼 중점관리구간으로 점검기준을 강화해야 함에도 평상시 형식적으로만 점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점검을 담당한 하청업체의 직원들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육안으로 진행했어야 하는 점검 작업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정한 결과 1991년 배관 공사 때 용접이 불량하게 이뤄졌고, 장기간에 걸친 내부 변동압력에 의해 용접된 배관 조각이 분리된 탓으로 확인됐다.
응집력이 집중되는 용접 부위에 V형으로 맞대기 작업을 하는 이른바 '개선작업'을 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발주한 공사를 한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은 공사 관리감독을 소홀하게 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날 투입된 배관 용접공이 누구였는지는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검거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해당 기관에 수사 결과를 통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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