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지난주 발생한 총기 테러를 오는 31일 열리는 지방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주말과 휴일 몇차례에 걸친 선거 지원 유세에서 테러 용의자인 브렌턴 태런트(28)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범행 장면 등을 편집해 틀어주며 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했다.
태런트가 무슬림에 대한 혐오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한 뒤 이런 혐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여당이 필요하다면서 주요 지지기반인 서민과 보수 무슬림의 결속에 나선 것이다.
우선 에르도안은 유세 과정에서 편집된 동영상을 상영한 뒤 터키 야당 지도자의 성명을 나란히 올렸다.
그러면서 야당 지도자에 대해 "뉴질랜드 테러는 무슬림 이민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비난을 산 프레이저 애닝 호주 연방 상원의원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뉴질랜드에서 무언가를 겪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애닝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그쪽 정치인들의 저급한 흉내내기는 무언가를 말해준다. 그가 뭐라고 했느냐. 그는 무슬림이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이스북측은 전세계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뉴질랜드 총기 테러 영상 150만건(게시 차단 120만건 포함)을 삭제했으며, 총기 테러 영상 편집본도 삭제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그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속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유세에서 뉴질랜드 총기 테러를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에는 뉴질랜드 총리 테러에서 부상한 터키 국민 3명 가운데 한명과 대화를 했다면서 자극적인 말로 범인을 저주했다.
그는 태런트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살인자"라면서 "그는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에서 폭력 위협을 했다. 특히 터키와 터키 국민, 터키 지도자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지안테프주(州) 유세에서 "모든 무슬림과 함께 우리 나라, 우리 국민, 그리고 내가 테러 대상이 됐다"며 "그는 선언문에서 우리에게 유럽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했다. 그가 이스탄불로 와서 우리를 죽이고 몰아내겠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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