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재작년부터 반체제인사 탄압 비밀공작"

입력 2019-03-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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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재작년부터 반체제인사 탄압 비밀공작"
NYT, 美관료 인용해 정보당국 기밀보고서 내용 보도
특수공작팀이 반대파 감시·납치·구금·고문…카슈끄지 살해도 연루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부터 반체제 인사의 감시·납치·구금·고문 등의 비밀공작에 개입한 사실을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빈 살만 왕세자가 작년 10월 발생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몸통'이라는 추측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이러한 내용의 미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의 존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체제 인사를 억압하는 이러한 비밀공작은 사우디 신속개입팀(the Saudi Rapid Intervention Group)에 의해 수행됐다.
팀원 중 일부는 2017년부터 적어도 십수건의 관련 공작에 개입했으며, 이들이 카슈끄지 살해에도 연루됐다고 이들 관료는 전했다.
이들의 임무 중에는 다른 아랍국가에 체류하는 반체제 인사의 사우디 강제 송환과 구금, 재소자들에 대한 고문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일부 재소자 고문은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부친인 살만 국왕이 속한 왕궁 건물에서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은 지나치게 많은 공작을 수행한 나머지 팀장이 이드 알피트로(Eid al-Fitr·이슬람 문화권에서 금식 기간인 라마단을 끝내고 여는 축제)를 위한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는지를 빈 살만 왕세자 최측근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해당 팀은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그의 '오른팔'인 사우드 알-카타니에 의해 관리됐다. 알-카타니는 카슈끄지 살해의 총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전부터 광범위한 수준의 반체제 인사 탄압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2017년은 빈 살만 왕세자가 왕위 계승 작업 과정에서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반대파를 극심하게 탄압하던 때라고 신문은 전했다.
사우디는 그해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던 인사는 물론 체제에 위협 요소로 인식되던 종교지도자, 지식인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총영사관에서 무참히 살해된 뒤 시신이 훼손된 카슈끄지 사건도 이러한 와중에 발생한 것이다.


미국 관료들은 이러한 내용의 기밀정보 공개가 불러올 부정적 영향과 사우디 정부의 반발 등을 우려해 익명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알-카타니가 카슈끄지 사건으로 가택연금 이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문제의 신속개입팀이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NYT 보도 내용과 관련해 미국 워싱턴 소재 사우디 대사관 측은 사우디는 고문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권력을 남용해 이러한 행위에 가담할 경우 처벌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의혹을 부인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당국은 11명을 살해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 가운데 5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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