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해외 출장 중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주요기업 주주총회는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지배구조가 시대적-국제적 흐름에 근접하며 쉽게 후퇴하지 않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기반을 다졌다고 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분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기업 지배구조가 나아지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개선이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영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이 재벌총수의 측근이라면 그 이사회가 총수를 견제하거나 감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표이사-이사회의장을 분리한다고 발표한 기업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게다가 상당수 대기업이 여전히 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판검사, 장·차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위 등의 출신이 재벌사의 사외이사 자리에 앉고 있다. 물론, 이들이 오랫동안 일선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 등이 사외이사 활동에 긍정적으로 쓰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들이 기업의 '바람막이'로 굴러떨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봐야 한다.
대기업은 주식회사의 형식을 갖는다면 총수 가족의 개인소유물이 아니다. 수많은 주주의 공동재산이다. 총수 일가의 평균지분은 60대 대기업그룹에서 4%가량, 10대 그룹에서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재벌총수 일가가 50% 이상의 절대 지분을 거머쥔 것처럼 마음대로 기업을 주무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형식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좀 더 진화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사원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를 검토할만하다고 본다. 기업에서 사원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에 따라서는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사원, 즉 인적자본이다. 이런 점에서 사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이사회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경영간섭이라는 프레임으로 무조건 나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 사원들이 경영상황을 이해하고. 회사 결정에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한다면 노사갈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개별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사원추천 사외이사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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