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발생 72시간만…25일 세부 내용 발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50명의 사망자를 낸 이슬람사원(모스크) 총격 테러로 충격에 빠진 뉴질랜드 정치권이 18일(현지시간) 총기 규제 강화 법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각료들이 총기 규제 강화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새 규제 법안의 세부 내용은 오는 25일에 있을 각료회의 전 공개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앞서 지난 15일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모스크 두 곳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해 5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아던 총리는 회견에서 사건 발생 이후 총기 규제 강화 법안에 합의하기까지 총 72시간이 걸렸다면서 "우리는 하나의 내각으로서 결정을 내렸고 단결돼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아던 총리와 함께 뉴질랜드 '제일당' 소속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도 참석했다. 보수 성향의 뉴질랜드 제일당은 애초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했다가 입장을 바꿨다.
피터스 부총리는 아던 총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테러가 발생한 지난주) 금요일 오후 1시 이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원히 바뀌었다. 우리 법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기 테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뉴질랜드의 이러한 발 빠른 대응은 전 세계, 특히 미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총기 사망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논의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번번이 규제 도입에 실패한 바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인구 500만명 가운데 150만명이 총기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기 소유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16세이며, 18세부터는 대량 살상에 사용될 수 있는 반자동(semi-automatic) 소총을 소유할 수 있다.
2017년의 경우 총기 면허 신청자의 99%가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번 테러의 주범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는 범행 당시 반자동 소총 2정과 산탄총 2정 등 총 5정의 총기를 사용했는데 5정 모두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번 총기 테러 직후 뉴질랜드에서는 허술한 총기 규제가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아던 총리도 사건 직후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질랜드 현지에선 이번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이날까지 수만 명이 뉴질랜드 전역에 있는 추모 장소에 모여들었으며 희생자 지원을 위해 개설된 웹사이트에서는 55만 뉴질랜드 달러(약 43억원) 이상이 모금됐다.
테러 현장에도 수백명이 찾아 헌화하고 함께 애도를 표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