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파묻힌 거짓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제주 예멘 = 예멘인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하종오 시인의 시집.
시인은 제주 예멘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난민 문제가 먼 나라 일이 아닌 우리 삶과 직결됐음을 직감하고 지난해 8월부터 이번 시집을 써 내려갔다.
이 시집은 난민 인정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와 그런 난민을 바라보는 대중의 이면이 어떻게 복잡하게 엮여있는지, 차이가 어떻게 차별이 되고 강자에게 당한 약자가 더 약한 자를 어떻게 짓밟는지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예멘 청년 모하메드 씨는 2018년 / 바람 세찬 어느 날 /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입국했다 / (…) /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농사일을 해본 적 없고 / 고기잡이배를 타본 적 없어 / 말이 통하지 않는 제주에서 / 난민 신청자에게 주는 생계비로 버티며 / 우선 먹고 살아남을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다가 / 바람 부는 날이면 날마다 / 초등학교 교실을 떠올리며 살날을 헤아렸다'('제주 예멘' 부분)
도서출판b. 151쪽. 1만원.
▲ 누가 시를 읽는가 = 유서 깊은 시 전문지 '시' 편집자인 프레드 사사키와 돈 셰어가 펴낸 시 애독자 50인의 시 읽기 경험담.
영화배우 릴리 테일러, 가수 샐리 팀스, 첼리스트인 니컬러스 포티노스, 작가 레이철 코헨 등이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T.S.엘리엇, 라이너 마리아 릴케, 도로시 파커 등 유명 시인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구는 소박하고, 누구는 화려하고, 누구는 차분하고, 누구는 열정적이고, 누구는 거칠고, 누구는 세련되게 자신의 시 읽기를 표현했다. 바로 이 다름이 시 읽기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
이번 책을 출간한 출판사 봄날의책은 한국 독자들의 시 경험담을 담은 한국어판 또한 준비하고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이메일(springdaysbook@gmail.com)로 자기만의 소박한 시 읽기 경험을 보내면 된다.
봄날의책. 320쪽. 1만6천원.
▲ 화곡 = '외로움의 살해자'의 작가 윤재성의 두번째 장편소설.
정체 모를 방화범에 의해 가족과 얼굴을 잃은 한 남자가 집요하게 범인을 뒤쫓는 이야기다.
작은 단서조차 남기지 않고 거대한 불을 지르는 가공할 방화범과 도시의 재앙을 이용하려는 정치인까지 엮여 긴박하고도 흡인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특종을 잡으려는 사회부 기자, 채무자 장기를 떼어 파는 깡패 등 개성 강한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과 도심 속 추격전은 느와르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고, 구원받지 못한 자들의 생존 경쟁은 치열하고 처절하다.
새움. 368쪽. 1만3천원.
▲ 파묻힌 거짓말 = 스웨덴 작가 크리스티나 올손의 스릴러 소설.
변호사 마틴 베너가 피의자의 자살로 이미 종결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자신까지 범죄 용의자로 몰리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드는 하드보일드 드라마.
매력적인 주인공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가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마틴 베너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엿보이는 문장들, 그리고 철저한 디테일과 증거를 따라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추리 과정이 돋보인다. 스웨덴 보안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의 이력 덕분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도 소설에 깊이를 더한다.
장여정 옮김. 북레시피. 484쪽. 1만6천원.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