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젊은작가상 받은 김희선 작가 소설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세월이 지나 2028년이 되면, 우리는 과연 2014년 4월 16일 우리를 덮친 그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사건을 잊게 될까.
열쇠수리공 김상옥씨는 숨겨진 지하실에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그림을 남겨 두고 사라진다.
평소 김씨와 가깝게 지낸 우편배달부 박씨는 그가 인근에 사는 화가에게 살해당한 뒤 사료분쇄기에 갈려나갔으리라고 추정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나와 박씨에게 포박된 화가는 박씨 추정이 "80% 정도 맞다"고 인정하면서 '홀로그램 우주: 실전편'이라는 책을 찾아 '시공전파사'를 가보라고 한다.
제10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김희선 작가의 새 소설집 '골든 에이지'(문학동네)를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끝을 알 수 없는 경이로운 상상력에 감탄하고 만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 이곳과 저곳의 기구한 사연을 하나의 서사로 거뜬히 꿰어내는 작가의 '입담'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젊은작가상 수상작 '공의 기원'에서는 현대식 축구공을 개발한 사람이 사실 개항기 인천이 한 조선인이었다고 상상하고, '18인의 노인들'에서는 언젠가부터 자꾸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내놓는 노벨문학상이 외계인들의 제비뽑기로 결정되고 있다고 말한다.
허황된 상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나, 작가의 능청스럽고도 세밀한 서술과 강인한 사유는 설득력을 더한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의 기원'에서는 거대 자본에 개인의 노동력이 착취되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꼬집고, '해변의 묘지'에서는 과테말라 난민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그려내 타자를 향한 우리 혐오와 배척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표제작 '골든에이지'는 세월호 사고의 아픔과 우리가 그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문학평론가 김녕은 해설에서 그의 소설들이 "어두운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음을 발산"하는 데 더해 "개개의 존재가 겪은 고통과 비애, 그 반복되고 진행 중인 비극을 정지시킬 방도"를 알려준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그 방도를 '골든 에이지'의 마지막 장면에 숨겨 놨다.
'"저어… 아까 말한 그 날짜, 적어주시겠어요? 배와 사람들. 내가 모르고 있는 게 뭔지. 그리고 우리가 망각해가는 것이 뭔지, 알고 싶어서요."
그는 볼펜을 꺼내더니 잠깐 멈칫했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일곱 개의 숫자를 천천히 적어나가는 것이었다."('골든 에이지' 중·258쪽)
김 작가는 '작가의 말'에 "'골든 에이지'를 쓸 수 있게 되기까진 거의 삼 년을 기다려야 했다. 글이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기 때문에"라고 적었다.
'골든 에이지'는 그가 마침내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구성한 자신의 작은 '홀로그램 우주'다.
그리고 그 '홀로그램 우주'를 보는 우리 또한 2014416이라는 일곱개 숫자 안에 담긴 비극을 잊지 않고, 되풀이되지 않게 하고자 기억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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