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사표 수리 여부는 즉각 밝히지 않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사제의 아동 성 학대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추기경을 교황청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오전 필리프 바르바랭(68) 추기경을 접견했다고 밝혔으나,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프랑스 리옹 대교구의 교구장인 바르바랭 추기경은 1980∼1990년대 프랑스 리옹 교구에서 신부 베르나르 프레나가 소년 십수 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을 2014∼2015년에 인지하고도 이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는 선고 직후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으나, 교구장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조만간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을 직접 만나 사임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르바랭 추기경의 이런 발언에 비춰볼 때 그는 이날 교황을 알현한 자리에서 사직서를 제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르바랭 추기경의 사표 수리 여부를 놓고 수 주 간의 장고를 거쳐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표가 수리되더라도 바르바랭 추기경은 리옹 교구장 자리에서만 물러날 뿐, 추기경 직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AFP통신은 예상했다.
한편, 바르바랭 추기경은 프랑스에서 사제 성범죄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선고를 받은 가톨릭 지도자 중 최고위직이다.
바르바랭 추기경에 대한 유죄 판결은 미국, 호주, 칠레 등 세계 곳곳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제의 아동 성 학대 사건으로 가톨릭교회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교황청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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