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총격 참사로 확산하고 있는 '백인우월주의 논란'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차단벽을 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가짜 뉴스 매체가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끔찍한 공격을 내 탓으로 돌리기 위해 오버타임으로 일하고 있다"며 "그걸 입증하려면 아주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총격범이 범행 직전 인터넷에 올린 '반(反)이민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 상징'으로 치켜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다소 난처한 입장에 처한 상태였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반이민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온 상황에서 자칫 반대 진영에서 이번 참사의 책임론으로 옭아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번 총격참사와 관련, '이번 사건이 세계 전역에서 확산하는 (백인 우월주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규모의 사람들"이라고 언급, 백인우월주의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이번 참사의 간접적 책임론 내지 백인 우월주의 묵인 논란 등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보도들을 '가짜뉴스'로 일축하며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런 대응에는 집권 초기인 2017년 8월 불거진 샬러츠빌 유혈 사태 당시의 '교훈'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그는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게 분명히 따지지 않은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가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발을 초래하는 등 엄청난 역풍에 직면한 바 있다.
그는 사태 초기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시위뿐 아니라 맞불 시위를 벌인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인종차별은 악"이라며 수습을 시도했으나, 곧이어 좌파뿐 아니라 폭력 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와 신나치 세력에도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다"며 양비론을 꺼내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및 태도가 뉴질랜드 총격 참사와 관련해 도마 위에 오르자 참모들도 샬러츠빌 유혈 사태 당시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불똥'이 튀는 상황을 경계하며 전극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수사)과 관련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 얼마나 더 이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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