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존폐론' 격전장 된 전북…시민단체, 상산고에 '맞불'

입력 2019-03-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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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존폐론' 격전장 된 전북…시민단체, 상산고에 '맞불'
"자사고 폐지수순" 거부 vs "입시전문기관 전락 자사고 반대"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존폐 논쟁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국내 유수의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등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전북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북도 교육청이 2019학년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점을 80점으로 높인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상산고는 전북도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염두에 두고 평가점수를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산고 학부모와 동문회 등은 평가점수를 높인 전북도 교육청을 겨냥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점수가 교육부 권고 기준으로 70점이고, 전북도 교육청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를 이 기준을 따르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 교육청의 입장은 분명하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선발 비율이 3% 이내 혹은 자율이었던 사회통합 전형의 배점을 총 14점으로 늘렸다면서, 70점은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점수이고 자사고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선발해 교육 불평등 해소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상산고 학부모와 동문은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수순"이라고 반발한다.
"자사고는 초·중등법이 규정한 사회통합대상자 의무 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80점은 타 시·도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임태형 상산고 총동창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산고 평가를 기점으로 김 교육감이 자사고를 폐지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자사고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설립된 학교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폐지수순에 접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서열화와 직능 간 소득 격차 등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데 하부 구조만 바꾸려 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학교 교육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생들에게 수준별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여전히 자사고 역할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상산고 학부모와 동문은 전북도 교육청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최근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을 접촉해 재지정 평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도의 자사고 존폐문제가 정치권으로 확산한 모양새다.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문제와 관련해 전북 도내 여론은 크게 갈린다.
상산고 재학생 가운데 전북 출신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을뿐더러 일반고 실력 하향의 원인이 됐다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지역 명문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의 유력 시민사회단체인 '공공성 강화 전북교육네트워크'와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19일 자사고 폐지를 촉구하며 그 폐해를 열거했다.
고교 다양화를 명분으로 들어선 자사고가 "입시 전문기관으로 전락해 교육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자사고는 교육의 다양성 등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이미 입시 위주 교육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며 "전북교육청과 상산고 갈등을 단순히 재지정 점수를 몇 점으로 하느냐는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고교 서열화와 소수 엘리트 교육을 부추기는 자사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산고 재지정 평가 문제로 촉발된 갈등은 고교 서열화 해소와 교육 자율성의 가치를 따지는 자사고 존폐론 논쟁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
전북도 교육청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한 뒤 교육부 동의를 얻어 5월 중순께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북 도내의 자사고 존폐 논쟁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 다수가 십수 년 동안 교육과정을 경험한 탓에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내놓기란 여느 문제보다 훨씬 어렵다"며 "자사고 존폐론도 오래도록 지속한 난제다. 쉽게 어느 쪽에 무게를 두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합의체를 만들고 지속해서 대화하고 논쟁하는 시간을 가져야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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