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 소행성 연구논문 10편, '사이언스'·'네이처'에 각각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신선미 기자 = 태양계 형성 시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 근접 소행성(NEA) '류구'와 '베누'의 특성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20일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탐사 중인 '베누'(Bennu : 101955)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2가 탐사 중인 소행성 '류구'(Ryugu : 162173)의 구성물질과 표면 특성, 형성과정 등을 분석한 10편의 논문이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 등에 나뉘어 실렸다.
소행성과 혜성 등은 태양계 형성 시 사용되고 남은 부스러기로 여겨진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표면과 모양, 물리적 특성 등을 연구하면 태양계 진화 단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류구와 베누는 하야부사2와 오시리스-렉스가 직접 표면의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어서 관심이 크다. 소행성 표본 분석 등 연구가 진행되면 인류는 지구 등 태양계 형성과정의 비밀에 한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분석결과 류구와 베누 모두 내부에 구멍이 많은 다공성 구조의 '잡석 무더기'(rubble pile)로 밝혀졌다. 그러나 류구는 수분이 거의 없는 탄소질 콘드라이트로 된 반면 베누는 함수광물이 풍부한 콘드라이트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는 류구의 지름이 900m, 베누는 500m 정도다.
하야부사2는 류구의 표면 시료를 채취해 2020년 말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며, 오시리스-렉스는 베누 표면에서 먼지와 자갈 등 60g 정도의 시료를 채취해 2023년 9월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 소행성 베누 지형은 '울퉁불퉁'…"시료 채취 어려움 예상"
오시리스-렉스 탐사팀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날 오시리스-렉스가 근접 탐사 중인 베누를 분석한 논문 7편을 '네이처'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등 3개 자매학술지에 발표했다.
오시리스 렉스는 2016년 9월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2년여 비행 끝에 지난 1월 초 베누에 상공에 도착, 베누 주위를 돌며 탐사를 하고 있다.
베누 표면에는 1m가 넘는 큰 바위가 널려 있고 지형이 매우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이 전체 표면적의 80%를 조사한 결과 가장 큰 바위는 크기가 높이 30m, 길이 58m에 달했고 10m가 넘는 것도 200개 이상 발견됐다. 1m 이상 크기의 바위는 훨씬 많았다.
이런 지형은 베누 시료 채취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시리스-렉스 탐사팀은 애초 표면이 평평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름 50m 정도 넓이의 평지를 찾아 알갱이 크기 2㎝ 이하의 토양 시료를 채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 지름 5∼20m의 평평하고 입자가 비교적 고운 지역 몇 곳 찾아냈을 뿐이다.
베누는 또 바위와 흙이 비교적 낮은 밀도로 뭉친 '잡석 무더기'인 것으로 분석됐다. 밀도는 1.190±13(㎏/㎥)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베누의 형태와 표면 상태, 바위 크기와 분포 등으로 볼 때 베누가 지금까지 추정해온 것보다 훨씬 오래전인 10억∼1억년 전에 주(主) 소행성대(main Asteroid Belt)에서 만들어졌고, 충돌 등으로 모(母)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가 다시 뭉치고 빠르게 회전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함수광물(물이 있는 광물· hydrated minerals)이 풍부한 콘드라이트 등 구성물질로 볼 때 베누가 지구에 휘발성 물질과 유기화합물을 전해준 것과 같은 종류의 천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오시리스-렉스를 베누 표면으로 내려보내기 전에 시료를 채취할 후보 지역의 안전성을 철저히 평가할 것"이라며 "우리 예측과 다른 현실들에 직면했지만 오시리스-렉스가 지구 귀환길에 오르기 전 시료 채취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하야부사2가 본 '류구'는 '잡석 무더기'
하야부사2가 포착한 류구는 소행성 베누와 유사한 '잡석 무더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연구진은 이날 하야부사2가 포착한 류구의 특성을 세 편의 논문으로 나누어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류구의 밀도 역시 베누와 유사한 수준인데 이는 내부가 다공성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하야부사2의 근적외선 분광계를 이용해 표면 성분을 조사, 함수광물이 산재해 있음을 확인했지만 수분 함량은 예상보다 적었다며 모 소행성 역시 수분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류구도 베누처럼 다른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가 뭉쳐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야부사2의 임무는 류규에서 시료를 회수해 오는 것이다. 2014년 12월 발사돼 작년 6월 류구에 도착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시구로 마사테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JAXA는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Itokawa)'에서 시료를 가지고 오는데 성공했다"며 "이번에는 많은 양의 유기물과 물을 함유하고 있으리라 기대되는 소행성을 타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여러 국가가 소행성 탐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과학적 호기심'을 꼽았다.
이시구로 교수는 "베누와 류구는 모두 'C형'으로 분류되는 소행성인데, 이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이나 유기물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탐사를 통해 우주 기원의 물과 유기물의 특징을 밝히고, 이들과 지구상의 물질을 비교해 '지구에는 왜 물이 많은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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