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미세먼지에 꽃가루까지…'최악의 봄' 대응책은

입력 2019-03-20 07:00  

[명의에게 묻다] 미세먼지에 꽃가루까지…'최악의 봄' 대응책은
꽃가루 많은 3월말∼5월초 '꽃가루 위험지수' 참고해야
외출 후 콧속까지 세척하면 도움…항히스타민제 지속치료 중요

(서울=연합뉴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김길원 기자 = #. 김모(27)씨는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봄만 되면 괴롭다. 눈과 코가 가렵고,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는 통에 일상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지경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먹을 때만 반짝 효과가 있고, 잠시라도 끊으면 증상이 다시 심해진다. 이러다가도 한 달 정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증상이 사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 김씨에겐 알레르기 비염을 극복할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일까.
◇ 과도한 면역반응이 알레르기 원인…유전·환경요인 커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에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집먼지진드기나 바퀴벌레 따위의 곤충 부스러기, 곰팡이, 동물 털, 꽃가루 등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물질이다.
이들 물질은 코점막에 달라붙으면서 사람의 면역계와 처음 만난다. 이때 우리 몸은 해당 물질을 나쁜 것으로 인식해 기억으로 저장하는데, 이런 기억 때문에 다시 이 물질이 코점막에 닿으면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알레르기 반응은 유전적인 체질과 환경적인 노출(양과 횟수)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족 내에 여러 명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경우가 흔하며, 살아온 환경에 따라 발병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 중 가장 특징적인 건 코점막에 있는 알레르기성 비만세포에서 나오는 '히스타민'으로, 즉각적인 가려움, 재채기, 콧물 등을 유발한다.

◇ 코감기와 증상 비슷…모른 채 지나칠 수도
봄철에 콧물이 흐른다고 해서 모두 꽃가루 알레르기는 아니다. 봄철에는 일교차가 크고 황사,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가 많아 여러 원인으로 코에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의 가장 흔한 증상인 콧물은 대체로 코감기와 비슷하다. 때문에 자신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코감기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것과 달리 알레르기 비염은 외부 미생물을 제거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염증 반응에서 비롯되는 만큼 증상도 구별된다.
코감기 때는 점액성 코 분비물과 함께 코와 목이 부으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미열이나 무력감과 같은 몸살기를 호소하기도 한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주로 아침 시간에 물같이 흐르는 콧물과 눈, 코의 가려움이 흔히 관찰된다. 다만, 코막힘 증상은 다양한 종류의 비염에서 동반되므로 질환을 구분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꽃가루 많이 날리는 3월말∼5월초 특히 조심해야
꽃가루는 30∼50㎛ 정도의 크기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꽃이 수정되려면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는 수분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벌이나 나비에 의해 이뤄지면 충매화, 바람에 의해 이뤄지면 풍매화라고 한다.
풍매화는 바람에 꽃가루가 날리게 되므로 공기 중에 떠 있다가 사람의 코점막에 붙을 수 있다. 꽃가루는 기온이 높고 맑은 날 잘 퍼지는데, 강한 바람보다는 약 초속 2m의 약한 바람이 불 때 공중으로 높이 떠올라 더 멀리 퍼지기 때문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더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많은 오리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삼나무, 버드나무 등은 대표적인 풍매화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다. 이들 나무는 주로 3월 초부터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해 3월 말∼5월 초 사이에 공기 중에서 많이 관찰된다.
그러나 모든 풍매화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상대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지 않는다.

◇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 '높음' 땐 외출 자제해야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여파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더 길어져 알레르기 비염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평소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면 미리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기상청에서 4월부터 10월 사이 제공하는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참고하면 좋다. 위험지수는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 네 단계로 구분된다. 높음 이상은 대개의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므로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내 창문을 닫고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꼭 외출해야 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나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이나 피부, 눈 등을 가리고, 꽃가루가 달라붙기 쉬운 니트나 털옷은 삼가는 것이 좋다.
차를 운전할 때는 가급적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실내순환을 하고, 창문을 열지 않도록 한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 몸을 잘 씻고 옷은 자주 털거나 빠는 것도 집안 꽃가루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하는 것도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항히스타민제 지속치료 중요…3~5년 걸리는 면역요법은 신중해야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 약물은 항히스타민제다. 다만, 이 약물은 근본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을 바꿔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에는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항히스타민제를 항생제와 혼동해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우려하며 약 사용을 꺼린다, 하지만 항히스타민제는 장기 복용해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또 부작용도 거의 없는 안전한 약이다.
반면 스테로이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에 스테로이드를 쓸 때는 코 스프레이로 만들어진 제품을 쓰는 게 좋다. 이 밖에 류코트리엔이라는 알레르기 염증 물질도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키므로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막는 약물도 추가로 써볼 수 있다.
앞서 사례로 든 환자처럼 젊은 연령일 경우 향후 수십 년간 봄철마다 괴로운 증상을 겪어야 하는 만큼 장기대책으로 면역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면역요법은 우리 몸의 면역계가 나쁜 물질로 오해하고 있는 알레르기 물질을 나쁜 물질이 아니라고 인식하도록 재교육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면역요법은 한번 시작하면 3∼5년 정도를 지속해야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신중해야 한다.
이 밖에 매일 낮 11∼2시 사이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채 피부를 햇볕에 드러내 체내 비타민D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먹거리 중에는 고등어, 참치, 정어리, 연어 등의 등 푸른 생선에 비타민D가 많이 들어있다.

◇ 강혜련 교수는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피부질환, 약물알레르기 등 알레르기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97년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 연수했다.
2009년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알레르기검사실장을 겸임 중이다. 2014년에는 천식환자가 일반인보다 골다공증 발생률이 높으며, 비타민D 감소가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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