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임정 百주년](51) 시든 국화뿐인 상하이 윤봉길기념관

입력 2019-03-21 06:00   수정 2019-03-21 06:33

[3ㆍ1운동.임정 百주년](51) 시든 국화뿐인 상하이 윤봉길기념관
한국인 발걸음 뜸한 훙커우공원…"방문객 한 명도 없는 날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윤봉길(尹奉吉·1908∼1932)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 현장인 중국 상하이 루쉰공원(옛 훙커우 공원).
올해 우리나라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이한 가운데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나라 안팎에서 활발하다.
하지만 루쉰공원 한가운데 들어선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한국인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채 쓸쓸한 기운이 맴돌았다.
지난 19일 찾아간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는 윤 의사의 호인 매헌(梅軒)을 기려 심은 매화나무들이 곳곳에서 짙은 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루쉰공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에 가득 핀 매화꽃을 감상하려는 중국인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임 없이 이어졌지만 정작 한국인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기념관 건물 안에 설치된 윤 의사의 흉상 옆에는 오래전 한국인 참배객이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하얀 국화가 시들어가고 있었다.
한 시간 넘게 머물러 처음으로 한국인 방문객을 어렵게 만났다.
동생과 함께 상하이 여행을 온 회사원 이수지(28)씨는 "어제 임시정부 기념관을 둘러보고 훙커우 의거 현장인 이곳에 꼭 와 보고 싶었다"며 "윤 의사님 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주 무대였던 중국에서 한국인 독립운동가만을 기리는 기념관이 운영 중인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윤 의사가 '항일 의사'로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얼빈역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이 한때 들어서기도 했지만 중국 당국은 하얼빈역 확장 공사를 하면서 기념관 문을 닫은 뒤 다시 열지 않고 있다.
아쉽게도 루쉰공원의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는 한국인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는 그나마 임시정부 100주년이라는 특별한 역사적 계기를 맞아 한국인 방문객들의 발길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 방문객이 하루에 단 한 명도 찾지 않는 날도 있다고 한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 직원인 정러(鄭樂)씨는 "작년에는 한국인 방문객이 0명인 날도 꽤 많았다"며 "한국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년 수십만명의 한국인이 상하이 도심의 쇼핑몰 신톈디(新天地) 인근에 있는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을 방문한다.
루쉰공원은 상하이 중심에 밀집한 주요 관광지들과 다소 떨어져 있다 보니 여행사들의 관광 상품 구성에서 빠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루쉰공원은 무료지만 윤봉길 기념관은 따로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과거 일부 중국 시민이 봄이면 매화꽃이 가득해 가장 아름다운 곳에 왜 다른 나라 사람을 기리는 기념관을 운영하냐는 민원을 현지 정부에 제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 국민의 관심이 멀어질수록 중국 내에 있는 우리 독립운동 현장 보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당시 훙커우 공원이던 이곳에서 전승 축하 행사를 갖고 있던 일본군 수뇌부에게 폭탄을 던졌다.

상하이 점령 작전을 지휘한 일본군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대장이 크게 부상했다가 후유증으로 한 달 뒤 숨지는 등 다수의 일본군 지휘관과 고위 관리들이 죽거나 다치면서 윤 의사의 의거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사학계에서는 윤 의사의 의거가 일제의 탄압으로 극도의 침체기에 빠져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총통은 "중국의 100만 대군도 못 한 일을 조선 청년이 해냈다"고 격찬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 매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봉길 의사께서는 극도로 침체했던 임시정부를 소생시킨 분"이라며 "올해가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인 만큼 우리 국민들께서 상하이를 가실 때 역사의 현장을 더 많이 찾아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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