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모로코 출신 모델 사망, 희귀병이나 살인 가능성 모두 염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의 미성년자 성 추문 재판의 핵심 증인의 혈액에서 중금속이 다량으로 검출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9일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모로코 태생의 여성 모델 이마네 파딜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카드뮴과 안티몬의 혈중 농도가 기준치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라노 검찰청의 프란체스코 그레코 검사는 파딜의 혈액에서 합금을 만드는 데 흔히 쓰이는 금속 원소인 안티몬은 기준치의 3배, 카드뮴은 기준치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레코 검사는 또한 앞서 보도된 것처럼 파딜의 사체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도 검출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에 근거했을 때 파딜이 희귀병으로 숨졌거나, 독살을 당했을 가능성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파딜의 사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체에 대한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 부검 결과가 도출되려면 며칠이 더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1월 말 복통으로 입원했던 파딜이 지난 2월 12일에야 독극물에 중독된 것 같다는 두려움을 처음으로 털어놨고, 이에 따라 병원이 비소 중독 검사를 실시했으나, 2월 22일 나온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설명했다.
비소 외에 독살을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다른 독극물에 대한 중독 실험도 시행했으나, 이 역시 결과는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검찰은 또 파딜이 입원해 있던 병원의 책임자를 전날 2시간에 걸쳐 조사한 사실도 전했다. 이 책임자는 검찰 조사에서 추가적인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파딜의 사인을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파딜은 2010년 밀라노 인근 도시 아르코레에 위치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별장에서 열린 일명 '붕가 붕가' 파티의 충격적 실태를 2012년 법정에서 증언해 현지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인공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자신의 호화 별장에서 열린 당시 파티에서 미성년자이던 모로코 출신의 무희 카루마 엘 마흐루그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2015년 증거 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이 재판의 핵심 증인들에게 침묵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준 혐의에 대해 현재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루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엘 마흐루그를 비롯한 당시 재판의 증인들에게 현금과 보석, 부동산 등의 형태로 1천만 유로(약 124억원) 상당의 금품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파딜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증인 매수 관련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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