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주역' 도로공사 문정원 "3경기 15세트…죽을 것 같아요"

입력 2019-03-20 09:22  

'숨은 주역' 도로공사 문정원 "3경기 15세트…죽을 것 같아요"
2인 리시브 체제의 도로공사에서 견고한 수비 펼쳐




(김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닷새 동안 문정원(27·한국도로공사)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서브 153개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서브 리시브 실수는 6개뿐이었다.
후위에서 문정원이 견고하게 버틴 덕에 도로공사는 3전2승제의 2018-2019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에서 GS칼텍스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PO 1∼3차전 모두 5세트를 꽉 채웠다.
혈전을 치르는 동안 수비형 레프트 역할을 하는 문정원도 지쳤다. 하지만 그의 리시브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19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PO 3차전이 끝난 뒤 "문정원과 임명옥이 잘 버텨줬다"고 칭찬했다.
도로공사는 2017-2018시즌부터 리베로 임명옥과 문정원 둘이 서브 리시브를 전담한다. 일반적으로 3명이 하는 서브 리시브를 도로공사는 둘이 맡는다.
문정원은 PO 3차전이 끝난 뒤 "정말 죽을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했다.
GS칼텍스는 정규리그 팀 서브 1위(세트당 서브 득점 1.079개)다. 강한 서브를 자랑하는 GS칼텍스와 3경기, 15세트를 펼치느라 문정원은 녹초가 됐다.
그러나 성과가 있었다. PO에서 GS칼텍스의 서브 득점은 0.867개로 줄었다.
문정원은 "1, 2차전에서는 그래도 발이 잘 움직였는데, 3차전이 되니까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1, 2세트에서는 내 리시브가 흔들리기도 했다"며 "감독님께서 '발을 조금만 더 움직이자'라고 하셨고, 나도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수비 비중이 큰 문정원이지만 PO 3차전에서는 9득점 하며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다. 특히 4세트 중반 외국인 선수 파튜에게 GS칼텍스 블로커가 몰리자, 14-10에서는 이동 공격을, 15-11에서는 퀵 오픈을 성공하며 상대를 흔들었다.
문정원은 "내가 공격에 가담해야 파튜와 박정아가 조금은 편해질 수 있다. (세터) 이효희 선배가 4세트 중반에 '네게 공을 올린다'라는 사인을 줬고, 다행히 점수로 연결됐다"고 했다.




이제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과 5전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문정원은 "챔피언결정전은 3경기만 치르고 싶다"고 웃었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문정원이지만, 흥국생명도 문정원의 수비를 두려워한다.
흥국생명 주포 이재영은 12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도로공사는 서브 리시브를 둘이 하는 데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원 언니 서브 리시브가 정말 좋다. 내가 잘 때렸다고 생각하는 서브도 쉽게 받아낸다"고 했다.
문정원은 정규리그 수비(서브 리시브+디그) 부문 1위에 올랐다. 세트당 서브와 디그를 10.296개나 성공했다. 도로공사의 든든한 방패인 문정원은 "지쳤다"고 하소연하면서도 다시 챔프전을 준비한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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