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자들·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증발 = 로버트 터섹 지음. 김익현 옮김.
MIT미디어랩 창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저서 '디지털이다'를 통해 미래사회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의 시대에서 정보의 최소 단위인 비트(bit) 중심의 시대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세계 제1의 핸드폰 기업 노키아와 세계 제1의 필름기업인 코닥이 사라진 이후, 음반과 CD, 비디오테이프가 증발했으며 신문과 텔레비전, 책도 사라질 태세다.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어느 순간 돈도 증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한다.
이 책은 25년 만에 증명된 네그로폰테의 예언력을 간증한 책이다. 저자는 초창기 퍼스널 컴퓨터 시기에 도입된 데스크톱 출판부터 블록체인에 이르는 여러 기술이 어떻게 기존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는지 짚어본다.
'증발(vaporized)'은 기술이 몰고 온 변화다. 디지털과 소프트웨어 혁명은 낡은 물질을 모조리 파괴하고 집어삼킨다. 이번 저서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우리 삶의 모든 양상, 심지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바꿔놓고 있는지 살핀다. 이와 함께 경제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포착해 생존전략을 모색한다.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578쪽. 1만8천원.
▲ 나와 타자들 = 이졸데 카림 지음. 이승희 옮김.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 마크롱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프랑스, 브렉시트로 혼선을 빚는 영국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진정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정치 현상을 분석하는 시도가 도처에서 이뤄진다.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저자는 타자 혐오라는 현상의 배경인 다원화 과정을 추적해 오늘날 주체와 정치적 욕망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우리는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를 부제로 한 이 책은 '타자'와 '변화'를 두 축으로 해 새로운 논의를 전개한다. 정체성을 둘러싼 변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개인주의의 층위를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전선은 원주민과 이민자 사이에 있지 않다. 정치 전선은 외부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정치 전선은 오늘날 포괄적인 '우리'를 원하는 이들과 배타적인 '우리'를 원하는 이들 사이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민음사 펴냄. 308쪽. 1만6천원.
▲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 폴 레버 지음. 이영래 옮김.
영국인인 저자는 40여 년 경력의 외교관으로 독일 대사를 지냈다. 이 책에는 그가 전하는 유럽연합(EU)과 독일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담았다.
저자는 EU에서 지배적인 힘을 지닌 독일이 어떻게 그 힘을 확보하게 됐는지부터 독일 힘의 배경인 경제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특성과 제도, 독일의 연방제와 EU 구조의 유사성 등을 보여준다.
저자는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 선언 이듬해인 2017년 초에 이 책을 출간해 영국인 입장에서 바라본 EU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폈다.
EU라고 하면 예전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먼저 떠올렸으나 지금은 독일이 그 자리를 차지할 만큼 여건이 달라졌다. EU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제대로 전망하려면 유럽의 권력이 옮겨간 독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 변화의 중심추는 독일이라고 할 정도로 여건이 달라졌다.
메디치미디어 펴냄. 396쪽. 1만8천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