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지하철 당국이 고스족풍 여성 승차 제지하자 온라인서 거센 항의
영국 BBC·가디언 등 서방언론 '중국 하위문화 수용 문제'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고스족' 복장을 하고 검고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화장을 한 여성이 지하철역 직원으로부터 지하철 이용을 제지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고스족 공동체가 온라인을 통해 집단항의에 나섰다.
중국 고스족들의 집단항의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광둥(廣東)성 성도 광저우(廣州)시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다 자신의 화장 때문에 지하철 승차를 제지당한 사연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여성은 웨이보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10일 자신은 어떤 금지된 물건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지만, 광저우시 지하철 직원으로부터 " 다른 승객들을 '괴롭히지 않으려면' 화장을 지우지 않는 한 지하철을 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검색대 통과를 제지당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한 지하철 여성 보안 직원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내 화장에 대해 '문제가 있고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면서 이 여성 보안요원이 자신에게 "제발 화장을 제거하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나는 상대적으로 공개된 플랫폼(웨이보)을 통해 당국(광저우 지하철 당국)에 도전하기 희망한다"면서 "도대체 어떤 법이 당신들에게 나를 멈추게 하고 나의 시간을 빼앗을 권리를 부여했나"라고 적었다.
글이 올라오자 중국의 고스족들은 웨이보에 해시 태그(#ASelfieForTheGuangzhouMetro)를 달아 고스족 스타일의 복장을 하고 화장을 한 셀카 사진을 올려 연대감을 표시했다.
다수의 고스족들은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찍은 셀카 사진을 올리면서 광저우 지하철 당국에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셀카 사진을 웨이보에 올린 한 누리꾼은 "나는 버스에 있는데 제발 화장 제거제를 달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결국 광저우시 지하철 당국은 사과의 뜻을 밝히고, 문제의 여성 보안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고스족을 중심으로 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Sansen Chenww'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나는 살인자가 아니고 방화범이 아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도, 공중에 침을 뱉지도 않는다. 다만 고스족 풍의 옷을 좋아할 뿐이다"고 적었다.
'Qin-2Y'라는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은 "2019년, 여성들은 자신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의 승인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에 대해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 넷이즈(NetEase)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뿐 아니라 영국 BBC 방송,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서방 언론 매체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넷이즈는 2018년에도 광저우 지하철에서 최소 두 건의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광저우시 지하철 당국의 사과에 대해 "중국에서 하위문화에 대해 보다 폭넓은 사회적 수용을 요구하는 소셜미디어상의 반발을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다.
고스족은 1970년대 말 영국에서 나타난 하위문화 집단으로, 히피족·펑크족처럼 반항적인 성향이 있지만 대체로 사회참여보다는 도피적 경향을 띠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이들은 다크서클과 붉은 입술을 강조하는 화장을 즐기며, 검은색, 붉은색이나 회색 옷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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