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럽 항만 진출 가속도…"이탈리아 항구 4곳 투자 전망"

입력 2019-03-20 11:02  

中, 유럽 항만 진출 가속도…"이탈리아 항구 4곳 투자 전망"
그리스·네덜란드·벨기에·독일 이어 이탈리아 항만도 진출
이탈리아 정부는 "환영"…미국·EU "중국 의도 경계해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오는 21∼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때 중국이 이탈리아 항구 4곳과 투자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이번 방문 때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를 공식화하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전망이다.
이 양해각서에는 양국이 도로와 철도, 교량, 민간항공, 항만, 에너지, 통신 등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이탈리아 항만 투자로, 현재 중국의 투자가 유력시되는 항구는 제노바, 팔레르모, 트리에스테, 라벤나 등 4곳이 꼽힌다.
이탈리아 최대의 항구도시인 북서부 제노바는 이미 중국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허가를 이탈리아 정부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파트너는 중국 거대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이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의 항구도시 팔레르모는 시 주석이 이탈리아 방문 때 들를 전망으로, 중국 해운사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 아드리아해에 접한 두 항구 트리에스테와 라벤나에 대한 투자는 이탈리아와 중국의 일대일로 MOU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접경 지역에 있는 트리에스테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집중 공략 지역인 중·동부 유럽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중국의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에스테에는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차이나머천트) 그룹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콘테 총리는 "중국의 투자를 받는 데 있어 상업적 투명성을 지키고 국가안보와 관련한 유럽의 기본 틀과 원칙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력은 유로-대서양 협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항구들을 중국에 내줌으로써 이탈리아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며 바짝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유럽의 여러 항만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국영 해운기업 중국원양해운(Cosco)은 지난 2016년 그리스 최대 항구이자 해운산업의 중심지인 피레우프스 항의 지분 6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해 중국원양해운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유로맥스의 지분 35%를 인수했다.
중국 기업은 벨기에 앤트워프 항만 지분 20%도 확보했으며, 독일 함부르크 항에는 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SCMP는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탈리아가 중국에 내준 항구들이 장기적으로 상업적 목적을 넘어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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