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에어컨업체 거리 작년 매출 2천억위안으로 샤오미에 앞서
샤오미 작년 매출 53% 급성장…가성비 앞세운 '박리다매' 저력 막강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13년 중국중앙(CC)TV가 주최한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수상식장.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Greeㆍ格力)의 둥밍주(董明珠) 회장과 IT업계의 떠오르는 샛별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맞붙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휴대전화로 급성장하는 샤오미의 발전 모델을 놓고 둥 회장과 레이 회장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진 것이다.
둥 회장이 "거리는 실물 경제에 속하는 기업이고 샤오미는 인터넷을 하는 기업이라 기본적으로 '가벼운 자산'"이라고 발언한 것이 레이 회장을 자극했다.
행사장 관객들 앞에서 벌어진 논쟁은 '공개 내기'로 이어졌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 모델이 거리를 이길 수 있는지는 앞으로 5년을 보면 된다. 전 국민이 증인이 되어 달라. 5년 안에 우리 매출액이 거리를 이기면 둥 회장이 나에게 1위안(168원)을 주면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둥 회장은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며 "내기를 하려면 10억 위안(한화 1천700억원)으로 하자"고 통 크게 판돈을 올렸고, 레이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돼 지난 5년간 중국 재계에서 회자한 '1천700억원 내기'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승자는 둥 회장, 패배자는 레이 회장이었다.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가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IT업계의 기린아 샤오미를 매출에서 앞선 것이다.
19일 저녁 홍콩증권거래소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샤오미의 작년 매출액은 1천749억 위안(29조4천461억원).
앞서 발표된 거리의 작년 추정 매출액은 2천억∼2천100억 위안으로 최소 추정 금액을 기준으로 해도 샤오미보다 251억 위안 더 많았다.
'공개 내기'의 승부가 났지만, 레이 회장이 1천700억원이라는 거액을 정말로 둥 회장에게 건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의 내기가 공개석상에서 자존심을 건 입씨름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레이 회장이 비록 '공개 내기'에서 지긴 했지만, 무명의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샤오미가 전통적인 중국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점에서 레이 회장이 실질적인 승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작년 샤오미가 성공적으로 상장을 하면서 레이 회장의 자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이 발표한 '2018년 중국 부호 순위'에 따르면 레이 회장의 자산은 1천100억 위안으로 중국 10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의 작년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급속한 경기둔화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샤오미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52.6%나 증가했다. 작년 한 해 순이익은 136억 위안이었다.
특히 주력 사업 분야인 스마트폰 분야에서 샤오미는 업계의 불황과 반대로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이 고무적이다.
샤오미는 작년 1억1천8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1천138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29.8%, 판매액 기준으로는 41.3%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기둔화 국면 속에서 값비싼 플래그십 시장에 다걸기보다는 다수 소비자를 위한 가성비 있는 제품에 주력하는 샤오미의 모델이 양호한 실적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샤오미는 회사가 가져가는 이윤을 최소화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경영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샤오미의 하드웨어 부문 영업이익률은 1% 미만이었다. 샤오미는 작년 상장하면서 하드웨어 부문 영업이익률을 5% 미만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결과는 이보다도 훨씬 낮았던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대표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과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2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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