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굴착·물 주입이 단층에 영향"…정부연구단, 정밀조사 결과
정부 "지열발전 영구 중단·부지 복구 예정"…줄소송 전망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은 인근 지역의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최종 연구결과가 나왔다. 포항지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소의 지열정을 굴착하고 이곳에 유체를 주입하며 미소지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고, 시간이 흐르며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말했다. 연구단이 결과를 발표하자 회견장에 있던 포항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피해를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연구단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자연지진 아냐" / 연합뉴스 (Yonhapnews)
정부조사연구단은 국내조사단과 해외조사위원회로 구성되는데, 이날 발표 결과는 두 그룹의 독립적인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연구단에 따르면 지열발전소에 지열정을 굴착할 때 이수(mud)가 누출됐고, 유체(물)를 주입할 때 압력이 발생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서 규모 2.0 정도의 미소지진을 다수 일으켰다. 이 미소지진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며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했다. 지열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작년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만2천800㎥의 물을 주입했다.
이 단장은 "'유발(induced)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내에서, '촉발(triggered)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너머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는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지열발전소 완전 폐쇄와 이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정부 조사,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입장문을 통해 "포항시와 협조해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관련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나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이미 작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유발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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