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폭격을 맞은 듯 부서진 물레방아, 잔뜩 녹슨 자전거, 바닥에 나뒹구는 부서진 연탄….
석탄산업에 종사한 탄광 노동자들 생활터전을 후세에게 전하겠다며 강원 태백시가 조성한 탄광사택촌의 현재 모습이다.
탄광사택촌은 사업비 130억원을 들여 2006년 개장한 태백체험공원 시설 중 하나다.
태백체험공원은 현장학습관과 탄광사택촌으로 구성됐다.
현장학습관은 1993년 폐광한 함태탄광 시설을 증·개축했고, 총넓이 7천800여㎡ 규모 탄광사택촌은 인근 부지에 새로 건립했다.
그러나 사택, 소장 관사, 공중화장실, 배급소, 망루, 물레방아, 빨래터 등 탄광사택촌 체험시설은 황폐해졌다.
입구 기둥은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붉게 녹슬었고, 물레방아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을 정도로 부서졌다.
문짝 떨어진 배급소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소장 관사 안에는 슬리퍼와 전기밥통이 나뒹굴고, 사택 앞 전시품인 자전거는 녹슬고 망가져 흉물과 다름없다.
잡초가 무성해 스산한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탄광사택촌의 현재 모습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시물에 손대거나 손상을 입히는 행위를 삼가 달라'는 안내판 내용을 무색하게 한다.
정득진 태백시민연대 위원장은 "탄광사택촌은 과거 탄광촌 생활이 아닌 폐가 체험시설과 다름없다"며 "혈세가 이렇게 낭비된다는 현실에 분노까지 치민다"고 말했다.
가장 큰 원인은 관광객들의 외면이다.
태백체험공원 유료입장객은 개장 첫해 3만3천여명을 최대로 2007년 1만4천여명, 2008년 1만여명 등으로 매년 줄었다.
태백시는 적자 운영이 이어지자 2012년부터 민간위탁으로 관리방식을 변경했다.
그러나 2017년 1만3천여명, 2018년 6월 말 현재 6천여명 등 태백체험공원 유료입장객 숫자는 제자리걸음 상태다.
태백시 관계자는 20일 "입구 앞 공사로 말미암아 1년 6개월 정도 문을 열지 못한 영향도 있다"며 "활성화 방안 마련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b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