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지나도 변함없는 '인형의집'…파트3 나오지 않을까요"

입력 2019-03-20 13:49  

"1세기 지나도 변함없는 '인형의집'…파트3 나오지 않을까요"
연극 '인형의집 파트2' 주연배우 서이숙·우미화·손종학·박호산 라운드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노라가 제도를 깨부수려 15년 전에 집을 떠났지만 돌아와 보니 남편, 딸, 유모 다 변한 게 없어요. 똑같은 벽에 또 부딪힌 거죠. 한 단계 나아간 걸 기대했는데 다시 원론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아쉬웠어요."(서이숙)
"깨닫고 행동하는 자의 식구로 살아가기 참 힘든 거죠. 노라가 집을 나가 스스로 성공해 이혼해달라고 돌아온 상황인데 남편은 15년 동안 영문도 모른 거잖아요."(손종학)
"다른 등장인물들은 체계에 익숙해져 있는데 노라가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하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고 노라가 그들을 위해 자아실현을 하지 않는 게 맞는 걸까요? 각자의 입장이 일리가 있으니 듣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죠."(박호산)
20일 서울 GS타워에서 진행된 연극 '인형의 집 파트 2' 라운드인터뷰에서 주연 배우들은 마치 노라와 토르발트의 대화를 현실로 옮겨놓은 듯 열띤 토론을 펼쳤다.
LG아트센터에서 4월 10일부터 28일까지 공연되는 '인형의 집 파트 2'는 미국의 촉망받는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작품이다.
헨리크 입센의 대표 희곡 '인형의 집'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던 노라가 15년 만에 다시 돌아와 남편과 딸, 유모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국내 무대에는 서이숙, 우미화(이상 노라 역), 손종학, 박호산(이상 토르발트 역) 등 탄탄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베테랑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이들은 이번 연극이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연극임에도 21세기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인형의 집'이 좀 더 여성으로서의 노라가 각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연극은 한 인간으로 노라가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우미화는 "이번 작품은 부부, 혹은 결혼 제도를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개인이 얼마나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는지 의문을 던진다"면서 "우리는 사람 간 평등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용이 너무 여성에게만 치우치는 것 같아 여자라는 단어를 사람, 우리 등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박호산은 "예술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는데 거기에 딱 맞는 작품"이라며 "누구에게나 가정 안에서 어떤 포지션이 있을 텐데 이번 작품을 보며 자신의 가정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서이숙은 "인류가 계속 존재하려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두 개인이 서로를 이해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파트2가 나오기까지 1세기가 걸렸지만, 또다시 1세기가 지나도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파트3가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비록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인형의 집'보다는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연극을 평했다.
"노라는 이번에도 마지막에 떠나요. 하지만 1편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혼자 싸우러 갔다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죠. 보내는 토르발트도 마음이 좀 가벼워지고요."




배우들은 이번 작품이 너무 진지하고 무겁다고 비출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코믹 요소도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박호산은 "희곡이 책으로 읽으면 심심하지만, 배우들이 읽으면 웃음이 빵빵 터진다"며 "이번 작품은 대사의 스펙터클 적인 요소가 강하고 인물들끼리 부딪히는 상황 자체가 재밌어 코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극장 규모의 큰 무대에서 공연됨에도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배우 단 두 사람의 호흡만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그런 만큼 오히려 배우들의 개성과 서로 간의 호흡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미소지었다.
박호산은 "등장인물은 4명이지만 한 번에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은 둘 뿐이라 배우들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이숙은 "손종학은 묵직하고, 박호산은 재기발랄해 연극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며 "페어에 따라 바뀌는 차이를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방송에서도 굵직한 역할들을 맡아 왔지만, 이들은 연극을 하는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무대에서는 배우의 권한이 많아요. 직접 편집자가 돼 예술가로서의 나의 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죠. 방송은 티스푼으로 진수성찬 먹는 느낌이라 좀 아쉬워요.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데."(박호산)
"방송은 감독 예술. 무대는 배우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무대에 오면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도 있겠죠. 각자 분야의 매력이 있어요."(손종학)
연극 '하이젠버그', '비너스 인 퍼',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배우들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기를 끌어낸 김민정이 연출가로 함께한다.
노라가 떠난 가정을 지킨 유모 '앤 마리' 역은 전국향, 성인이 돼 엄마를 처음 대면하게 된 노라의 딸 '에미' 역은 이경미가 맡는다.
예매는 LG아트센터 등에서 하면 된다. 문의는 02-2005-0114.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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