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내홍에 여야 4당 선거제 패스트트랙 '적신호'

입력 2019-03-20 17:51  

바른미래 내홍에 여야 4당 선거제 패스트트랙 '적신호'
바른미래 이탈시 정개특위 '패스트트랙 의결정족수' 미달…문제 안 될 수도
유승민 등 반대파 그동안에도 꾸준히 지도부에 반대의견 밝혀
민주·평화·정의, 바른미래 추이 지켜보며 "반대파 결단" 호소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이 20일 바른미래당 내홍 탓에 급제동이 걸렸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당내 이견 조율에 나섰으나 뜻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바른미래당 의총에선 선거제 패스트트랙 자체는 물론 여기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함께 올리는 것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찬반 격론 속에 되레 내홍만 심화했다는 견해도 나왔다.
일단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내부 갈등 봉합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한 뒤 다시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지만, '패스트트랙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패스트트랙 반대파'가 꽤 강경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자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만약 바른미래당이 여야 4당의 공동전선에서 이탈하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은 사실상 무산된다. 패스트트랙을 실행하기 위한 '머릿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은 '국회의원 정수 300석 유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일부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 즉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패스트트랙에 올릴 계획이다.
국회법은 '신속처리 대상안건으로 지정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 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안건의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은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장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공조에서 빠지더라도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 제출'이라는 첫 단계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현재 정개특위 위원 18명 중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의원은 12명이며, 이 중 바른미래당 의원은 2명이다.
즉 바른미래당이 이탈하더라도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 제출'을 위한 요건, 즉 재적위원 과반수(10명)는 충족한다.
문제는 패스트트랙의 시작을 알리는 의결이다.
바른미래당이 빠질 경우 의결정족수인 11명(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정개특위 위원인 김성식(간사)·김동철 의원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만큼 '자유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행사할 수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미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당론 의결이 의무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세부 논의를 지속하면서 향후 추이를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공수처 설치법과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양보안을 제시, 바른미래당 반대파들의 입장 선회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개혁법'도 패스트트랙 개혁법안에 포함시켰다가 이에 난색을 표한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받아들여 철회한 바 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 당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최종적으로 (패스트트랙 안이) 채택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여야 4당 정개특위 위원들이 마련한 선거제 개혁 합의안을 당론으로 추인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바른미래당 반대파들의 결단을 호소했다.
평화당은 지난 18일 호남 지역구 축소를 우려하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당론 추인이 한차례 무산됐으나, 이튿날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 지었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이날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평화당도 선거제 합의사항을 추인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그러나 바른미래당이 진통을 겪고 있어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탈 수 있느냐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고 했다.
정의당은 의원총회 등 형식적 절차는 거치지 않았지만 사실상 당론으로 여야 4당의 선거제 합의안을 추인한 상태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민심 그대로'라는 열망이 담긴 선거제 개혁은 촛불혁명 때 온 국민 바랐던 것이기도 하다"며 "바른미래당도 대의를 위해 좋은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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