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장관 "영국, 문 열어줘도 못나가고 울어대는 고양이" 조롱

입력 2019-03-20 23:34  

佛 장관 "영국, 문 열어줘도 못나가고 울어대는 고양이" 조롱
루아조 장관 "밖에 나가고 싶다고 우는데 막상 문 열어주면 못 나가"
SNS에서 반응 뜨거워지자 "순전한 농담…나는 고양이 안 키워" 해명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유럽담당 장관이 유럽연합(EU) 탈퇴 과정에서 영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것을 '문을 열어줘도 나가지 못하고 시끄럽게 우는 고양이'에 비유하며 조롱했다.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는 지난 17일자 기사에서 프랑스 외교부의 나탈리 루아조 유럽 담당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의 상황을 고양이에 빗대어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 주간지에 따르면 루아조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나는 이제 내 고양이를 '브렉시트'라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고양이는 매일 아침 밖에 나가고 싶다고 시끄럽게 울어서 나를 깨우는데, 막상 문을 열어주면 나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다. 들어서 밖에 내놓으면 화난 표정으로 째려본다"고 적었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해놓고도 이후 정파 간 또는 정부 내부의 극심한 이견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을 조롱한 것이다.
루아조 장관의 페이스북 글 내용은 주요 영국 언론들이 앞다퉈 인용 보도하면서 관심을 끌었고, 소셜네트워크에서도 급속히 확산했다.
'조 리'라는 이름의 한 영국 시민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적었다.
"내 고양이도 열린 문밖을 내다보며 울어댄다. 나가고 싶으면서도 나가면 비를 쫄딱 맞게 될 것이라는 걸 아는 거 같다. 이 녀석이 브렉시트에 관한 행위예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련다"
영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처럼 촌철살인의 조크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브렉시트 문제에 있어 원칙론을 내세우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프랑스에 적대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에서 경찰의 강경 대응을 빗대어 "고양이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으면 노란 조끼를 입히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마구 쏘아대지 그러냐"고 비난했다.
예기치 못한 반응들에 놀란 루아조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순전히 농담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주르날 뒤 디망슈가 보도한 바로 그 날 저녁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농담일 뿐이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양이 조크'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EU 회의에 참석한 루아조 장관은 어떤 영국 기자로부터 고양이 농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루아조 장관은 자신의 농담이 예상치 못하게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키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브렉시트를 다룰 때 좀 더 유머 감각을 길러야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루아조 장관은 브렉시트 문제에 있어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영국 하원에서 또다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지난 15일에는 "남은 선택은 브렉시트 철회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EU와의 최종 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밖에 없다"고 쏘아붙였고, 19일에도 "이런 불확실성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면서 영국을 압박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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