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문가·농축산업계 "G2와 관계에서 등거리 유지할 필요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브라질이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통상전문가와 농축산업계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통상전문가와 농축산업 관련 단체들은 보우소나루 정부 일각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런 말이 나오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브라질 통합개발연구센터(Cindes)의 산드라 히우스 소장은 "중국 시장에서 브라질과 미국은 동업자가 아니라 경쟁자이며, 미국 시장에서는 브라질과 중국이 경쟁하고 있다"면서 G2(미국·중국)와 관계에서 등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과 미국이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을 두고 경합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는 브라질이 제조업 제품 수출 확대를 위해 중국과 경쟁하는 현실을 두고 한 말이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한 이후 브라질은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 증가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은 각각 642억 달러와 288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해 대 중국 수출은 35.2%, 대미 수출은 7.1% 늘었다. 브라질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이 26.8%로 가장 높고 미국은 12%로 2위였다.
지난해 수입 역시 중국과 미국이 1∼2위를 차지했다. 브라질의 수입액은 중국 347억 달러, 미국 290억 달러였다. 2017년보다 각각 27.1%와 16.6% 증가했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이 19.2%, 미국이 16%였다.
지난해 브라질은 중국과 무역에서 294억8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1억9천37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연대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브라질이 막대한 피해를 안을 수 있다고 통상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히우스 소장은 "미국과 무역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그러나 브라질의 무역에서 미국이 단기간에 중국을 대신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브라질 정부 각료들도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견해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은 지난 18일 워싱턴 DC의 미국-브라질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투자자 간담회 연설을 통해 "브라질은 중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게지스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나도 미국을 좋아하지만, 이익이 되는 상대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중국은 우리에게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정부의 대표적인 친미(親美) 인사인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장관은 중국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라우주 장관은 지난 11일 브라질의 외교관 양성기관인 히우브랑쿠 연구소에서 한 강연을 통해 "우리는 철광석과 대두를 보다 많이 수출하기를 바라지만, 이 때문에 우리의 영혼을 팔지 않을 것이며 이는 분명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산 철광석과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명백하게 겨냥한 발언이다.
아라우주 장관은 브라질이 그동안 미국 대신에 중남미와 유럽, 브릭스(BRICS)와 가까워지려는 외교 노선을 추구한 것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표현하면서 특히 "중국은 브라질의 중요한 통상 파트너가 됐으나, 우연히든 아니든, 이때 브라질 경제는 침체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떠올랐으며, 2009년 이래 중국의 브라질에 대한 투자는 540억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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