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에 무리" 우려 제기…포항시, 정부에 연구중단 요청
"온실가스 감축 기술 확보 필요"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신선미 기자 =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 조사연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포항 영일만 해상에서 진행하려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 Carbon Capture & Storage) 실증 추진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CCS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하 750~800m 아래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이 포함돼있어 지반에 무리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진의 악몽을 겪은 포항시민들은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기술 실증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0년부터 'CCS 기술 실증'을 추진해 왔다. 2013년부터는 공주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으로 연구진을 꾸렸다.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해저에 건설하기 전에 관련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서다.
기술실증 부지로는 포항 영일만 해역에 있는 포항분지가 선정됐다. 이곳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역암, 사암층 위에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게 600m 이상의 점토층이 '덮개'처럼 존재해 기술실증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2017년 이산화탄소 시험 주입을 마치고 작년 본격적인 주입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예상치 못한 강진이 발생하며 연구는 중단됐다.
지진 발생 뒤 인근 지열발전소와 관련성이 제기되며, CCS실증연구도 지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포항시도 당시 실증 중단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학계에서는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연구는 입지조건부터 사용 기술까지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이유로 온실가스 저감 기술 확보를 위해 다년간 추진해온 CCS 실증연구까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국립대 지질학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저장은 기술 확보가 필요한 중요 과제"라며 "포항에서 추진돼온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실증 연구를 계속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이 사건이 앞으로 철저히 준비해 사업을 추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증이 끝난 뒤 이산화탄소 대량 저장소를 건설할 수 있는 곳으로는 이산화탄소가 들어갈 수 있는 지층(저류층)과 그 위에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게 막아주는 두꺼운 지층(덮개층)이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서해와 동해 해저가 꼽힌다.
'포항분지 해상 소규모 CO₂주입실증 프로젝트' 책임자인 권이균 공주대 교수는 "이산화탄소 저장 실증시설은 알려진 단층대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을 선정해 만든 것"이라며 "실증시설 인근에서는 2017년 이후 지진이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산화탄소 저장실증은 지열발전과 많은 측면에서 다르고 온실가스 감축 기술 확보에 필요한 연구인데 많은 사람이 지열발전과 유사한 기술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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